오래된 동네를 걷다 보면 문득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들이 있다. 이곳 역시 그랬다. 낡은 보석방 간판 아래, 왠지 모를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외관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안으로 발을 들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혼밥러의 발걸음이 향한 곳, 이곳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테이블이 많지 않은 아담한 공간이었다. 덕분에 북적이는 느낌 없이 오히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혼자 온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안했다.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은은한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어우러져 아늑함을 더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나무판에 손글씨로 쓰인 메뉴판이었다. 촌스러우면서도 정감 가는 디자인이 이 집의 매력을 더했다. 20가지 야채를 10시간 동안 가마솥에서 끓여낸다는 카레소스가 이곳의 시그니처라고 했다. 혼자 왔지만, 이왕이면 가장 대표적인 메뉴를 맛보고 싶어 카레와 함께 돈까스, 그리고 타이거 새우튀김까지 곁들여지는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1인분 주문도 당연히 가능했고, 혼자여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분위기 덕분에 마음이 편안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가게를 둘러보았다. 창밖으로는 낡은 듯하면서도 개성 있는 거리 풍경이 펼쳐졌다. 가게 내부의 빈티지한 소품들은 마치 누군가의 다락방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오래된 라디오, 앤티크한 램프, 그리고 아기자기한 컵들까지.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큼지막한 타이거 새우튀김과 바삭하게 튀겨진 돈까스가 밥 위에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그 아래로는 10시간 동안 끓여냈다는 진한 카레 소스가 넉넉하게 부어져 있었다. 곁들임으로 나오는 구운 야채들도 색감이 살아있어 보기 좋았다. 갓 튀겨낸 돈까스와 새우튀김의 바삭한 소리는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빵 한 조각도 함께 나왔는데, 카레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카레 소스를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진한 풍미는 역시 범상치 않았다. 20가지 야채가 푹 우러나서인지 복합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맛이었다. 과하게 맵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밥 위에 카레를 듬뿍 얹어 한 숟가락 떠 먹으니, 온몸에 따뜻함이 퍼지는 기분이었다.

카레에 푹 담갔던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빵의 쫄깃함과 카레의 진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또 다른 맛의 조화를 선사했다. 돈까스는 주문 즉시 튀겨져 나와 튀김옷이 정말 바삭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났다. 속살은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여 카레와 함께 먹으니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타이거 새우튀김 역시 마찬가지였다. 큼지막한 새우살은 오동통하고 탱글탱글했으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였다. 과장되지 않은 진심 어린 친절함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편안함을 주었다. 상투적인 ‘친절’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했다. 그 다정함 덕분에 부산 여행이 더욱 즐겁게 느껴졌다. 혼자 와서도 전혀 외롭지 않게, 오히려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한 숟갈까지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혼밥하기 좋은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독특한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보석방 간판 뒤에 숨겨진 이 작은 맛집은 분명 당신의 인생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에 또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