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에 발을 들인 것은 어쩌면 하나의 ‘도전’이었다. 평소 돈까스에 큰 기대가 없었다. 학교 앞 분식집, 군대 식당, 혹은 흔한 일식집에서 맛본 돈까스들은 늘 비슷했고, 크게 차별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던 나에게, 친구의 끈질긴 권유는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장성 돈까스는 무조건 ‘고돈상회’다”라는 주변의 칭찬은, 무심했던 나의 마음에 작은 파동을 일으켰다. 기대 없이, 반강제로 이끌려 간 그곳에서, 나는 돈까스에 대한 나의 모든 편견을 기꺼이 내려놓게 되었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몇몇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14석 남짓한 아담한 공간은 꽉 차 있었지만, 가게 앞 가림막 아래 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추운 날씨에도 그나마 편안하게 대기를 할 수 있었다. 특별한 웨이팅 앱이나 시스템은 없었다. 그저 순서를 기다리면, 친절한 사장님께서 직접 나오셔서 주문을 받고, 자리가 나는 대로 손님들을 안내하는 방식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느껴지는 따뜻한 환대 덕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편안해졌다. 곧이어 자리가 났고, 안내받아 자리에 앉은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내가 주문한 돈까스가 눈앞에 놓였다. 마치 마법 같은 속도였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모듬돈까스’였다. 6월 초부터 가격이 1,000원 올랐다는 사장님의 설명과 함께, 11,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표를 보고는 ‘이 정도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듬돈까스의 구성은 치즈돈까스, 등심돈까스, 그리고 새우튀김까지, 세 가지 매력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황금 조합이었다.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신 순서대로, 치즈돈까스부터 맛보기로 했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은 100% 서울우유 치즈의 풍부한 향이었다. 튀김옷은 놀랍도록 담백하면서도 바삭했고, 속을 채운 치즈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이 치즈돈까스는 따로 소스를 찍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자체로 완벽한 간을 가지고 있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치즈의 풍미가 입안을 감돌 때, 나는 ‘연돈에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굳이 소스를 곁들이지 않아도, 치즈 본연의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다음 순서인 등심돈까스는, 처음부터 기대감을 갖게 했다. 겉은 더없이 바삭했고, 속살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했다. 씹을수록 퍼지는 은은한 육향과 고소함은, 마치 숙련된 셰프의 손길을 거친 듯했다. 함께 나온 돈까스 소스는, 약간의 산미가 더해져 상큼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다. 치즈돈까스를 먹고 난 뒤에 혹시나 느낄 수 있는 느끼함을, 이 소스가 말끔하게 잡아주었다. 소스 안에는 연겨자가 곁들여져 있었는데, 그 매콤함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돈까스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맵기 정도를 묻는다면, 신라면보다 약간 더 매운 정도라고 할 수 있는 ‘매운 소스’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건 다음 순서인 새우튀김을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모듬돈까스와 함께 나온 밥은, 갓 지은 듯 포슬포슬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밥 위에 카레를 살짝 비벼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은 물론,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카레의 풍미가 입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했다. 곁들임으로 나온 단무지와 익힌 김치 또한, 과하게 튀지 않는 은은한 맛으로, 오롯이 돈까스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지막으로 맛볼 순서는 새우튀김이었다. 이미 앞선 두 메뉴로 배가 조금 찼음에도 불구하고, 새우튀김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듯, 바삭한 튀김옷 안에서 탱글한 새우살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이때쯤 살짝 몰려오는 느끼함은, 미리 준비해 둔 매운 소스를 살짝 찍어 먹으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소스와 새우튀김의 조화는,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이곳, ‘고돈상회’의 음식들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선사했다. 11,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의 훌륭한 맛과 퀄리티를 이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실 장성에 올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장성에 다시 올 이유가 확실하게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바로 근처에 있는 황룡강을 따라 산책을 즐기면, 소화도 시킬 겸 완벽한 오후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날씨가 더울 때는 그늘이 부족할 수 있으니 양산이나 모자 등을 챙기는 것이 좋겠다는 팁도 얻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게의 규모가 작아 테이블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최대 6명 정도가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단체 손님에게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안내와 가게의 아늑함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만약 이곳에서 꼭 식사를 하고 싶다면,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이날, 나는 단순히 맛있는 돈까스를 먹은 것이 아니었다. 돈까스에 대한 오랜 편견을 깨고,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바삭함 속에 숨겨진 촉촉함, 풍부한 치즈의 풍미, 그리고 모든 것을 조화롭게 감싸 안는 소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장성이라는 낯선 땅에서 만난 ‘고돈상회’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다음에 장성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