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발걸음이 멈춘 곳. 낡은 간판 아래, 왠지 모를 정겨움이 묻어나는 작은 가게였다. 주변의 번잡함과는 사뭇 다른, 고요한 분위기가 나를 이곳으로 이끈 것 같다. 10시 정각,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지만 이미 두 팀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이 동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사랑받는 곳이라는 증거겠지. 10분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이 커졌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서너 개 정도, 18명 남짓 앉을 수 있는 규모라 하니, 넓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아늑함이 정겹게 느껴졌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편리함도 좋지만, 종종 이런 작은 식당에서는 주인장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주문하는 재미도 있는데,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곧 음식으로 그 아쉬움이 채워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곳의 메인 메뉴는 단연 짬뽕이라고 했다. 짬뽕 하나에 꿔바로우까지. 군침이 도는 조합이었다. 2인 방문이었지만, 다른 손님들과 테이블을 살짝 떼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모습에서 이곳의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낯선 사람과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것마저도 동네 식당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정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짬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붉은 고춧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고, 그 속에는 신선한 해물과 고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첫인상부터 푸짐함이 남달랐다.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올리자, 쫄깃하게 딸려 올라오는 면발의 탄력이 느껴졌다.

면발의 쫄깃함은 정말 일품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고, 뚝뚝 끊어지지 않는 찰기가 만족감을 더했다. 짬뽕 국물은 깊고 진한 감칠맛으로 시작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조미료의 텁텁함이 살짝 느껴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오징어의 쫀득한 식감과 더불어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과 고기는 그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 훌륭했다. 이곳의 짬뽕은 분명, 넉넉한 인심과 함께 정성으로 끓여낸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짬뽕과 함께 주문한 꿔바로우는 겉은 바삭하게 튀겨지고, 그 위로는 달콤한 소스와 얇게 썬 양파, 그리고 고소한 아몬드 슬라이스가 뿌려져 있었다. 갓 튀겨져 나온 꿔바로우는 그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겉의 바삭함과 속의 쫄깃함이 어우러져 씹는 재미를 더했다. 꿔바로우 역시 맛은 있었지만, 짬뽕의 강렬함에 비하면 평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꿔바로우 역시 넉넉한 양으로 제공되어 든든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곳은 배달은 되지 않지만, 최근에 포장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집에서도 이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따끈한 짬뽕 국물과 갓 튀겨낸 꿔바로우는 역시 매장에서 직접 맛보는 것이 최고다.
주차는 이 동네의 고질적인 문제인 듯했다. 좁고 꼬불꼬불한 일방통행 길이 많아 차를 가져가는 것은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만약 차를 가져가야 한다면, 건너편 부산대학병원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더, 이 식당은 저녁 영업 시간을 믿고 늦게 방문하면 재료 소진으로 인해 발걸음을 돌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손님은 네 번의 시도 끝에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하니, 저녁 식사를 계획한다면 문 닫기 최소 2시간 전에는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결론적으로 이 식당은 동네에 지인이 놀러 왔을 때 한번쯤 꼭 소개해주고 싶은 그런 곳이다. 웨이팅이 심하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하는 맛과 양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쫄깃한 면발, 푸짐한 해물과 고기, 그리고 넉넉한 인심까지. 부산 동래구에서 특별한 짬뽕 맛집을 찾는다면, 이곳을 한번쯤 방문해 보길 권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