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따뜻한 국물 요리가 간절해지지만, 또 어떤 날은 진하고 고소한, 혀끝을 감싸는 맛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특히 콩국수는 그 자체로 훌륭한 한 끼 식사이자, 계절을 타지 않는 매력을 가진 음식이기에, 이름난 곳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크죠. 부여에서 줄을 서서 먹는다는 콩국수 맛집이 안성에도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콩국수를 애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45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현수막이 가장 먼저 반겨주었습니다. ‘고담밀가’라는 상호와 함께 ‘생면 콩국수, 생면 검은콩국수, 생면 바지락 칼국수’라는 메뉴 안내를 보니, 이곳이 단순히 콩국수만 전문으로 하는 곳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쌀쌀한 날씨 탓에 콩국수보다는 따뜻한 국물이 더 끌리지 않을까 하는 잠깐의 망설임도 있었지만, 이미 ‘콩국수 맛집’이라는 수식어에 마음을 빼앗긴 터라, 가장 기대되는 콩국수부터 맛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정갈하게 정돈된 테이블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시간이었지만, 이미 식사를 즐기고 있는 손님들이 몇 테이블 보였습니다. 테이블마다 놓인 놋그릇과 숟가락, 젓가락 세트가 왠지 모르게 음식을 더욱 정성스럽게 느껴지게 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는 단연 ‘콩국수’였습니다.
이윽고 등장한 콩국수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뽀얗고 걸쭉한 콩국물이 마치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콩 비린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입안 가득 퍼지는 콩의 구수함과 고소함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콩물을 직접 곱게 갈아 만든 것이 느껴지는 진한 맛이었는데,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뒷맛이 인상 깊었습니다.


면발에 대한 칭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곳의 콩국수 면은 직접 뽑는 ‘자가제면’으로, 탱글탱글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습니다. 콩물에 적당히 불려 먹었을 때의 부드러움과 씹었을 때 느껴지는 탄력의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굵기나 식감 모두 콩물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면발 하나하나에 콩물의 진한 맛이 배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함께 곁들여 나온 김치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습니다. 갓 담근 듯 신선하고 아삭한 겉절이는 콩국수의 고소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적당한 매콤함과 새콤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어, 콩국수를 먹는 중간중간 곁들이기 좋았습니다.


콩국수 외에도 다른 메뉴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바지락 칼국수’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콩국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이곳이 바지락 칼국수도 맛있다는 평을 들었기에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지락 칼국수는 맑고 시원한 국물에 신선한 바지락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국물은 과하게 맵거나 짜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듯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었습니다. 바지락의 시원함이 국물에 잘 우러나 있어,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역시 이곳의 면은 칼국수에도 잘 어울렸습니다. 쫄깃한 면발과 함께 시원한 국물을 들이켜니 절로 ‘크으’ 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콩국수를 먹기 어려운 분들에게도 전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라고 생각됩니다.
만두 역시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겉모습은 평범해 보이지만, 속이 꽉 차 있었습니다. 쫄깃한 만두피와 함께 씹히는 속 재료의 조화가 훌륭했습니다. 콩국물에 살짝 찍어 먹거나, 칼국수 국물과 함께 먹어도 별미였습니다. 콩국수, 칼국수와 함께 곁들이기 좋은 메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고담밀가’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맛을 선사하는 곳이었습니다. 부여에서의 명성을 안성에서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특히 콩국수는 콩 본연의 고소함과 구수함을 최대한 끌어올린 진한 국물과, 쫄깃한 자가제면의 조화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콩국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만족하실 만한 맛이었고, 콩국수를 평소 즐기지 않던 분들도 이곳의 콩국수는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지락 칼국수 역시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 덕분에 콩국수만큼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때 방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콩국수는 날씨의 영향을 다소 탈 수 있는 메뉴이기에, 방문 전에 날씨를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안성에서 맛있는 콩국수나 든든한 칼국수 한 끼를 찾고 계신다면, ‘고담밀가’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45년 전통’이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맛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