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경복궁역 근처에서 제대로 된 전라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한 끼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35년 전통을 자랑하는 ‘신안촌’이라는 상호가 주는 묵직함은, 오랜 시간 한결같은 맛을 지켜왔을 식당에 대한 기대를 더욱 증폭시켰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낡았지만 정겨운 외관의 신안촌 본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로 된 현판에 새겨진 ‘신안촌’이라는 글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 기둥과 천장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편안함과 아늑함이 느껴졌다. 은은한 조명과 정갈하게 정돈된 테이블은 따뜻한 온기를 더했다. 잠시 후, 메뉴판을 살펴보며 어떤 음식을 맛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라도 음식 전문점답게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영란정식’이었다. 연포탕, 낙지꾸리, 생선전, 가지무침, 동태찜 등 푸짐한 구성에 3만원이라는 가격이, 신선한 식재료와 정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싱싱함이 남달랐던 낙지꾸리였다. 얇게 썬 탓인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곁들여진 채소와 함께 먹으니 신선한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낙지 본연의 단맛과 바다의 시원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말 신선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나온 연포탕은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보기에도 푸짐한 낙지가 통통하게 들어가 있었는데,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싱싱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국물은 멸치나 해산물을 베이스로 한 듯 깊고 시원했으며, 속에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갔다. 팽이버섯과 파, 고추 등 신선한 채소들이 국물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얇게 썰린 청양고추가 살짝 매콤한 맛을 더해주어 국물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신안촌의 전은 정말 독특하고 맛있었다. 마치 쑥이나 다른 채소를 다져 넣은 듯, 두툼한 두께와 함께 풍성한 식감이 느껴졌다. 겉은 바삭하게 익었고 속은 촉촉하면서도 재료의 맛이 살아있었다. 단순히 밀가루와 계란물만으로 만든 전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 있는 맛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생선전’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어떤 생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훌륭한 식감을 만들어낸 조리 솜씨에 감탄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있었다. 가지무침은 부드러우면서도 달큼한 양념이 잘 배어 있었고, 동태찜 역시 살이 부드럽고 양념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좋았다. 이 모든 메뉴들이 3만원이라는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정말 놀라웠다.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어머니께서 전라도 광주가 고향이신 분이라면 분명 엄마 손맛을 떠올리게 할 만한 그런 맛이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식사 와중에도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바로 음식의 양이었다. 특히 낙지꾸리와 몇몇 메뉴들은 푸짐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조금씩 나온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구성의 다양함에 만족했지만, 여러 가지 메뉴를 시키고 나니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4명이 방문하여 영란정식을 포함해 몇 가지 추가 메뉴를 더 주문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고는 예상보다 많은 금액에 살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비싼 가격만큼 맛은 훌륭했지만, 양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만족스러웠다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안촌에서의 식사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35년 동안 이어져 온 전라도 토속음식의 깊은 맛과 정갈함은 분명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정성껏 조리한 음식들은 입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했다.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특별한 날 가족 외식이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모임 장소로는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고 깊은 맛의 음식을 선호하는 분들, 그리고 진정한 남도의 손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식당을 추천하고 싶다.
서비스 역시 친절하고 세심했다. 직원분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계속 살피고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가져다주었다. 처음 방문했지만 마치 단골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메뉴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 주셔서 더욱 좋았다.
전반적으로 신안촌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라도 토속 음식 전문점으로서, 그 명성에 걸맞은 맛과 분위기를 선사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번에 경복궁역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또 한 번 들러보고 싶은 식당이었다. 깊고 진한 남도의 맛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신안촌을 기억해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