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스한 햇살이 기분 좋게 뺨을 간지럽히던 날, 문득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어디로 발길을 향할까 고민하던 찰나, 머릿속을 스치는 한 곳. 평소 칼국수를 즐겨 먹는 나에게 지인이 귀띔해준 포항의 숨은 맛집, ‘오거리 손칼국수’였다. 왠지 모르게 정겨움이 느껴지는 상호에서부터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아 그곳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글씨로 쓰여진 “오거리 손칼국수”라는 상호와 함께, “특허 수제비”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간판 옆에는 메뉴 사진이 붙어있는 작은 입간판도 놓여 있었다. 얼핏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랜 단골집을 방문하는 듯한 기분으로,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 내부는,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 푸근한 분위기였다. 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이 집의 자랑인 ‘특허받은 반죽’에 대한 설명이 적힌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유명인들의 사인이 가득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포항 맛집인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칼국수와 수제비를 비롯해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칼국수 전문점답게 오가리 칼국수, 육개장 칼국수, 들깨 칼국수 등 다양한 종류의 칼국수가 준비되어 있었고, 수제비 역시 오가리 수제비, 김치 수제비 등 선택의 폭이 넓었다. 여름 메뉴로 콩국수와 비빔국수도 판매하고 있었다. 메뉴판을 정독하던 중, 메뉴에는 없지만 칼제비 주문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칼국수와 수제비 둘 다 맛보고 싶었던 나는 망설임 없이 칼제비를 주문했다.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는 말에, 함께 간 친구와 칼제비 2인분을 시키고, 녹두전도 하나 추가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이 나왔다. 겉절이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흑미밥이 담긴 작은 공기가 함께 나왔다. 겉절이 김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신선한 배추에 젓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칼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다. 깍두기 역시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칼국수를 시키면 흑미밥이 조금씩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식사량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칼제비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커다란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칼제비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뽀얀 국물 위로 쫄깃해 보이는 칼국수 면과 수제비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애호박, 당근, 김 등 다양한 고명이 색감을 더했다. 칼제비와 함께 주문한 녹두전도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녹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보았다. 멸치 육수를 베이스로 한 듯한 국물은, 깊고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몇 숟가락을 떠먹어야 간이 느껴진다는 후기가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담백한 맛이 정말 좋았다.
다음으로 칼국수 면을 맛보았다. 면은 특허받은 반죽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쫄깃하고 탄력이 넘쳤다. 면발 자체에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수제비 역시 얇게 떠서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칼국수와 수제비를 번갈아 먹으니,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칼제비에 들어있는 해산물도 신선했다. 특히 큼지막한 홍합이 인상적이었다. 쫄깃한 홍합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애호박, 당근 등 채소들도 신선해서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칼제비 한 그릇에 다양한 재료들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먹는 내내 즐거움을 더했다.
칼제비를 먹는 중간중간 겉절이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도 싹 가시고 입맛이 더욱 돋았다. 겉절이 김치는 칼국수와 정말 잘 어울리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깍두기 역시 시원하고 아삭해서 칼제비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칼제비 한 입, 겉절이 김치 한 입, 깍두기 한 입.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녹두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전은, 기름진 느낌이 덜해서 좋았다. 녹두와 함께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칼제비와 함께 먹으니, 든든함이 배가 되는 듯했다.

배가 불렀지만, 흑미밥을 남길 수는 없었다. 칼제비 국물에 밥을 말아 겉절이 김치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쫄깃한 칼국수와 수제비, 시원한 국물, 아삭한 김치, 그리고 고소한 흑미밥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가 너무 불러 숨쉬기 힘들 정도였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는 만족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랜만에 느껴보는 푸근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가격이 너무 착해서 깜짝 놀랐다. 칼제비 2인분과 녹두전을 시켰는데도, 2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가격, 맛, 서비스, 분위기.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가게를 나서며, 다시 한번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오거리 손칼국수”.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포항의 숨은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칼국수가 먹고 싶을 때, 주저 없이 이곳을 찾을 것 같다. 그때는 콩국수나 비빔국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한 칼국수 국물과 쫄깃한 면발, 그리고 아삭한 김치의 맛이 계속해서 입안에 맴돌았다. 오늘 방문한 ‘오거리 손칼국수’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혹시 포항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