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곰탕, 백년의 깊이를 맛보다: 포항할매집에서 찾은 시장의 맛있는 추억

영천으로 향하는 길, 낡은 내비게이션은 쉴 새 없이 웅얼거렸다. 목적지는 영천공설시장이었다. 그곳에는 3대째 이어져 온다는 곰탕 맛집, ‘포항할매집’이 있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왁자지껄한 흥정이 뒤섞여 묘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지만, 평일의 한적함 속에서도 시장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곰탕 골목이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게, 여기저기서 곰탕집 간판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포항할매집’이었다. 큼지막한 간판에는 3대째 이어오는 70년 전통의 맛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간판 아래에는 소머리곰탕, 도가니탕, 소모듬수육 등 메뉴가 적혀 있었다. 3대째 이어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이었다.

포항할매집 외부 전경
70년 전통의 깊이가 느껴지는 포항할매집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뜨끈한 곰탕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빈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회전율이 빠른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소머리곰탕, 한우소머리곰탕, 살코기곰탕 등 다양한 곰탕 종류가 있었다.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소머리곰탕을 주문했다. 가격은 9천 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뽀얀 국물의 곰탕이 눈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소머리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고, 송송 썰린 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곁들여 나온 반찬은 깍두기, 배추김치, 마늘, 고추, 쌈장이 전부였지만, 곰탕의 맛을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소머리곰탕과 반찬
뽀얀 국물과 푸짐한 고기가 인상적인 소머리곰탕 한 상

먼저 국물부터 한 숟갈 떠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진한 육향.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곰탕 국물 특유의 묵직함은 살아 있으면서도,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넘어가는 것이 신기했다. 70년 내공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다.

소머리곰탕 국물
깊고 진한 육향이 일품인 곰탕 국물

다음으로는 소머리 고기를 맛볼 차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들자, 야들야들한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입에 넣으니 부드럽게 씹히면서,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푹 삶아진 고기는 씹을수록 깊은 풍미를 더했다. 특히, 곰탕에 들어간 고기의 양이 상당히 푸짐해서 놀라웠다. 다른 곰탕집에서 맛봤던 곰탕과는 확연히 달랐다. 값싼 수입산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질 좋은 한우 소머리를 사용한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곰탕을 어느 정도 맛본 후에는,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 넣었다. 뜨끈한 곰탕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더욱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곰탕에 밥을 말아 깍두기를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부터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곰탕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것을 보니,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벽에는 여러 방송에 출연했던 사진들이 붙어 있었고, 유명인들의 방문 흔적도 눈에 띄었다.

흥미로운 것은, 가게 입구에 故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점이었다. 소탈한 미소를 짓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대통령께서도 이곳의 곰탕 맛을 즐겨 찾으셨을까? 잠시 그런 상상을 해 보았다.

포항할매집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포항할매집 내부 모습

어느덧 곰탕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뱃속은 따뜻함으로 가득 찼고,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푸근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다음에 또 오세요.” 할머니의 따뜻한 인사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포항할매집을 나와 다시 시장을 거닐었다. 곰탕 한 그릇으로 든든해진 덕분인지, 시장 풍경이 더욱 활기차게 느껴졌다. 뻥튀기 아저씨는 여전히 바쁘게 뻥튀기를 만들고 있었고, 과일 가게 아주머니는 싱싱한 과일을 한가득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5일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했다.

영천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가는 정겨운 삶의 터전이었다. 곰탕 한 그릇에는 70년 세월의 깊은 맛뿐만 아니라, 시장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영천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한번 포항할매집에 들러 곰탕 한 그릇을 맛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뉘엿뉘엿 지는 석양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드넓은 들판은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곰탕 한 그릇으로 시작된 영천 여행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영천 5일장에 맞춰 방문하여 더욱 활기 넘치는 시장의 풍경을 만끽하고, 돔베기와 막걸리도 맛보아야겠다. 특히, 포항할매집에서 밀키트도 판매하는 듯하니, 집에서도 그 맛을 느껴보고 싶다.

포항할매집 주차장 안내
포항할매집 방문 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

영천에서 맛본 곰탕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따뜻한 추억과 정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포항할매집은 맛과 가격, 그리고 정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맛집이었다. 영천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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