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도 반한 대구 효목동 맛집, 일경식당에서 맛보는 인생 순대국밥

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와 느긋한 점심 약속을 잡았다. 메뉴는 뜨끈한 국물이 땡긴다는 친구의 의견을 적극 반영, 평소 눈여겨 봐두었던 대구 효목동의 일경식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맛집이라니,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큼지막하게 적힌 ‘일경식당’ 옆으로 ‘홍어 & 왕순대’라는 문구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3대를 잇는 왕순대 전문점이라는 문구에서 느껴지는 자부심, 왠지 모를 든든함이 느껴졌다. 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간판 아래 옹기종기 매달린 전구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더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정겹게 느껴졌다. 마침 한 테이블이 비어있어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벽에는 여러 방송에 출연했던 사진들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다. 와 에서 보았던 방송 출연 인증 액자들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구나 싶어 더욱 기대가 됐다.

메뉴판을 보니 순대국밥, 돼지국밥, 홍어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오직 하나, ‘명품 특 순대만국밥’이었다. 여기에 막창순대의 매력을 느껴보고자 ‘명품 왕순대(中)’도 함께 주문했다. 백반기행 세트로 주문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밑반찬들이 빠르게 테이블 위를 채웠다. 김, 깍두기, 콩나물무침, 마늘장아찌 등 푸짐한 구성이었다. 특히 구운 김은 뜨끈한 밥에 싸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갈함, 역시 전라도가 고향인 사장님의 손맛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짐한 밑반찬과 왕순대
다채로운 밑반찬과 왕순대의 조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명품 왕순대’가 등장했다. 에서 보았던 그 압도적인 비주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기에 담겨 나왔는데, 큼지막한 막창순대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꽉 찬 막창순대는 돼지 특유의 잡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함께 나온 양파와 곁들여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함께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색다른 순대를 원한다면, 단연 막창순대를 추천하고 싶다.

곧이어 ‘명품 특 순대만국밥’도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순대와 함께 특이하게 칼국수 면이 들어 있었다. 에서 보았던 칼국수 면이 들어간 국밥의 모습은 정말 독특했다. 국물은 진하고 깊은 맛이 났다. 돼지 뼈를 오랜 시간 고아 낸 듯,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이었다.

국밥 안의 순대는 일반적인 순대와는 달랐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각종 채소와 고기로 꽉 차 있었다. 특히 후추가 많이 들어가 있어 매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처음에는 후추 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먹다 보면 오히려 그 매콤함이 국물의 깊은 맛을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후추의 입자가 굵은 편이라, 톡톡 터지는 식감도 재미있었다.

칼국수 면은 겉돌지 않고 국물과 잘 어우러졌다. 쫄깃한 면발이 뜨끈한 국물을 머금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순대와 함께 면을 후루룩 먹으니, 든든함이 배가 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게 어우러지는 국밥과 칼국수의 조합은, 과연 이곳만의 비법이 아닐까 싶다.

순대만국밥
후추가 듬뿍 뿌려진 순대만국밥

솔직히 처음에는 국밥에 들어간 후추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먹다 보니, 이 후추가 일경식당 순대국밥의 ‘신의 한 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돼지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는 것은 물론, 국물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국밥을 먹는 중간중간,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함께, 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김에 밥과 순대를 함께 싸 먹는 것도 별미였다. 짭짤한 김과 고소한 순대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친구는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나 역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뜨끈한 국물이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느낌, 정말 행복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정말 맛있었습니다!”라고 답하니, 사장님께서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친절한 사장님의 미소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설 수 있었다.

일경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푸근함, 그리고 손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덕분에, 몸과 마음이 모두 든든해진 기분이었다. 대구에서 특별한 순대국밥을 맛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효목동의 일경식당 맛집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에 방문할 땐 저녁에 들러 홍어에 탁주 한 잔 기울여봐야겠다.

주차는 가게 앞에 잠시 할 수 있지만, 점심시간과 주말에는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명품 왕순대
쫄깃함이 살아있는 명품 왕순대
순대국밥 클로즈업
진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가 일품인 순대국밥
가게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가게 내부
홍어 삼합
다음 방문에는 꼭 맛보고 싶은 홍어 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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