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전 땅을 밟았다. 10년 만의 방문이라, 도시의 풍경은 낯설게 느껴졌지만, 어딘가 익숙한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그 향수를 따라, 대전 맛집으로 손꼽히는 순대국밥 전문점, ‘천리집’이다.
천리집에 대한 첫인상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정겨운 외관이었다. A자형 박공 지붕이 겹쳐진 독특한 구조는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고, 나무로 짜여진 외벽과 낡은 간판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짐작하게 했다. 식당 입구에는 “KCIA 한국소비자산업평가”에서 외식업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금빛 인증패가 붙어 있었다. 2022년의 기록이니,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듯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3시, 한창 붐비는 시간은 피했지만, 여전히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협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북적거림마저도 정겨운 지역 맛집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홀이 넓어 단체 손님도 넉넉히 수용할 수 있어 보였다. 메뉴는 순대국밥을 중심으로, 순대 모듬과 머릿고기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순대국밥은 순대, 내장, 머릿고기 등의 조합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모든 재료가 들어간 4번, ‘올더웨이’를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대국밥이 눈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순대와 내장, 머릿고기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고, 기본으로 들깨가루가 뿌려져 나왔다. 국물은 뽀얀 빛깔을 띠고 있었지만, 보기와는 달리 간이 세지 않아, 새우젓과 다진 양념으로 취향에 맞게 간을 조절해야 했다.

가장 먼저 국물을 한 입 맛보았다.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돼지 뼈를 오랫동안 고아낸 듯, 묵직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잡내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돋보였다. 들깨가루의 고소함이 더해져,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순대는 직접 만든다고 하는데, 확실히 시판 순대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특히, 야채와 선지가 듬뿍 들어간 순대의 풍성한 속은, 천리집만의 비법이 담겨 있는 듯했다. 다만, 순대만 시켜 먹기에는 가격 대비 양이 다소 아쉽다는 평도 있으니, 국밥에 넣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내장과 머릿고기는 냄새 없이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특히 머릿고기는 족발을 먹는 듯한 쫄깃함이 느껴졌다. 건더기의 양도 푸짐해서, 밥을 말아 먹기 전부터 배가 불러왔다.

천리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간’ 무한리필 서비스다. 셀프바에는 갓 삶아낸 듯 촉촉하고 부드러운 돼지 간이 가득 담겨 있었다. 평소 퍽퍽한 식감 때문에 즐겨 먹지 않았던 간이었지만, 천리집의 간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에, 몇 번이고 리필해 먹었다. 쌈장, 초장, 고추, 마늘 등 다양한 양념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국밥과 함께 제공되는 깍두기와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고, 김치는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 국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깍두기는 국밥 나오기 전 애피타이저로 먹기에도 좋았고, 리필은 필수였다. 다만, 김치와 깍두기가 다소 맵다는 평도 있으니,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장 큰 단점은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식당 주변은 항상 붐비기 때문에, 주차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변 골목에 주차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화장실 세면대 배수 라인이 고장 나, 손을 씻으면 신발이 젖을 수 있다는 점도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는, 작은 야쿠르트 냉장고가 놓여 있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야쿠르트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소소하지만 정겨운 서비스에, 기분 좋게 식당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천리집은 완벽한 맛집은 아닐지도 모른다. 주차 문제나 시설적인 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는, 충분히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특히, 돼지 간 무한리필 서비스는, 천리집만의 차별화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대전에서 제대로 된 순대국밥을 맛보고 싶다면, 혹은 푸짐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천리집을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안겨준 든든함과 함께, 오랜만에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천리집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추억과 향수를 되살려주는 특별한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