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시원한 겨울 공기를 마시며 태백산 눈꽃 산행을 즐겼더랬어요. 땀 흘려 산을 오르고 나니 허기가 져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태백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물닭갈비’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뭐예요.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으로 몸보신 좀 해야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
산행을 마치고 오후 4시쯤 도착했는데도,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더라고요. 역시나 겨울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워낙 입소문이 난 곳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꽤 길게 이어져 있었답니다. 그래도 따뜻한 밥 한 끼를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어요.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 걸린 커다란 간판을 보니 ‘태백 닭갈비’, ‘태백 물닭갈비’라고 쓰여 있더군요. 벌써부터 이곳이 태백을 대표하는 맛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어요.

드디어 저희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널찍한 식탁 위로 붉은 양념 국물이 자작하게 깔린 커다란 쇠냄비가 등장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냄비 가득 닭고기와 각종 채소, 그리고 그 위에 마치 산처럼 수북하게 쌓아 올린 푸릇푸릇한 냉이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일반적인 닭갈비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어요. 무엇보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냉이가 제법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서 추가하지 않아도 넉넉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따뜻한 조명 아래,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냄비 앞에서 저희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숟가락을 들 준비를 했습니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매콤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더군요. 끓기 시작하니 수북했던 냉이가 숨을 죽이며 국물 속으로 파고들었고, 닭고기와 양념이 어우러지면서 더욱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

가장 먼저 닭고기 한 점을 집어 맛보았습니다. 양념이 쏙 배어든 닭고기는 부드럽게 씹혔고, 예상했던 것보다 간이 센 편이었지만 먹을수록 입맛을 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마치 할머니께서 끓여주신 듯한,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정겨운 맛이었죠. 맵다기보다는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랄까요.
.

국물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물닭갈비라는 이름처럼 국물이 넉넉한 것이 특징인데, 겨울철에 들어가는 냉이 덕분인지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닭고기와 채소, 그리고 냉이가 어우러져 끓여낸 국물 한 숟갈에 산행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따뜻한 국물을 들이켜니 속이 든든해지는 것이, 마치 엄마가 끓여주신 찌개처럼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

직원분들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곤란한 기색 하나 없이 필요한 것을 챙겨주시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
식사의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이 아니겠어요? 남은 국물에 밥과 김가루, 그리고 양념을 넣고 쓱쓱 비벼 볶아 먹는데, 이 또한 별미였습니다. 닭갈비 양념이 밥알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폭발했어요. 마지막 한 숟갈까지 싹싹 긁어먹었답니다.
.
사실 저는 물닭갈비라는 음식을 이곳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끓여가면서 간을 맞춰 먹는 방식이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고, 무엇보다 소주 한잔 곁들이기 딱 좋은 안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백산에 오르거나 태백을 방문하신다면, 이곳의 물닭갈비는 꼭 한번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평범한 듯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푸짐함이, 마치 옛날 시골집 밥상처럼 따뜻한 추억을 선사해 줄 거예요.
.
이곳은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태백 사람들의 밥상을 책임져 온 정겨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어요. 태백에 다시 갈 일이 있다면, 분명 또 이곳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