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깊어져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니, 따뜻하고 든든한 음식이 간절해지는 계절이 왔어요. 저도 모르게 뜨끈한 국물과 정성 가득한 집밥이 떠오르더라고요. 마침 구례 쪽으로 나들이 갈 일이 생겨, 시장 골목에 숨겨진 보물 같은 맛집을 찾아 나섰답니다. 이름부터 정겨운 ‘구례 밥상’이었어요.

간판을 보니 벌써부터 기분 좋아지는 듯했지요. 구례 오일장에 들러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저녁 식사할 곳을 찾아 구글 지도를 켰어요. 평점이 높길래 ‘그래, 이곳이다!’ 싶었죠. 특히 광고나 협찬 없이도 좋은 평이 많은 곳은 믿음이 가더라고요. 시장 골목에 자리한 아담한 식당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손님들로 꽤 북적이는 모습이었어요. 괜스레 저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저희는 ‘통오징어코다리찜’이 따로따로 나오는 메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하나로 합쳐진 세트 메뉴더라고요. 저희는 중 사이즈로 주문했는데, 어른 5명과 아이들까지 함께 먹기에도 충분히 넉넉한 양이었어요. 큼지막한 통오징어 한 마리와 통통한 코다리 세 마리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갔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나니, 마치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앉은 자리에도 10가지가 넘는 정갈한 반찬들이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하나같이 맛깔스러워 보이는 반찬들을 보니, 여기서부터 ‘아, 이 집은 기본은 하겠구나’ 싶었어요. 구례 시장 안의 맛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밥이었어요. 미리 퍼놓은 밥이 아니라, 따끈한 보온밥통에서 바로 퍼서 담아주신 밥이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더라고요. 갓 지은 밥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 한 숟갈을 뜨니, 절로 집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통오징어코다리찜이 나왔습니다. 매콤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양념이 코다리와 오징어에 착 달라붙어 있었어요. 통 코다리는 살이 정말 두툼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쫄깃한 통오징어도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혔습니다.

함께 나온 콩나물을 곁들여 먹으니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어요. 양념도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딱 적당하게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져서 밥도둑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날 저희 외식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저희 엄마도 “이 집 코다리 정말 잘하네! 진짜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답니다. 입맛 까다로운 엄마의 칭찬을 들으니, 제가 더 뿌듯했어요.
옆 테이블에서는 갈치조림도 주문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국물이 촉촉하게 자작하게 배어든 감자와 무가 정말 맛있어 보였어요. 다음에 방문하면 꼭 갈치조림도 맛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저희는 코다리찜과 함께 봄 향기 가득 품은 쑥국도 맛보았는데, 쑥의 향긋함과 부드러운 국물이 어우러져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습니다. 쑥국 하나만으로도 집에서 끓여 먹던 할머니 생각이 절로 났어요.
산수유 막걸리도 한 잔 곁들였는데, 구례의 특색을 담은 막걸리를 마시니 여행의 기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른 5명, 초등학생 2명, 이렇게 7명이서 통오징어코다리찜 중 사이즈와 갈치조림 3인분, 그리고 산수유 막걸리까지 해서 총 84,000원 정도 나왔어요. 푸짐하게 먹고도 이 정도 가격이라니, 정말 가성비 좋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맛보는 집밥 같은 푸짐한 음식과 따뜻한 정이 넘치는 ‘구례 밥상’. 시장 골목길에 숨겨진 이곳은 분명 구례를 찾는 분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맛집으로 기억될 거예요. 가족들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셔서 따뜻한 한 끼 식사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