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만두 성지, 쫄깃한 피에 담백한 속 ‘을지만두’

점심시간, 짧지만 굵게 맛있는 한 끼를 위해 오늘도 발걸음을 옮겼다. 동대문 근처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곳, 바로 ‘을지만두’다. 날씨가 꽤 쌀쌀해진 어느 날,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게 앞 찜통들을 보니 저절로 발길이 이끌렸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요일 늦은 점심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 안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을지만두 고기만두
정갈하게 나온 을지만두 고기만두
을지만두 고기만두 클로즈업
만두피의 쫀득함이 느껴지는 클로즈업샷

일단 고기만두 하나를 주문하고는 셀프바에서 물과 단무지, 그리고 간장을 챙겨왔다. 잠시 후, 찜통에서 김이 훅 올라오며 영롱한 자태의 고기만두가 내 앞에 놓였다. 만두피는 살짝 비쳐 보일 정도로 얇고 투명했는데, 이게 만두피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젓가락으로 집으면 쫄깃하게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랄까. 마치 찹쌀을 빚어 만든 것처럼 찰기가 도는 식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런 쫄깃한 만두피는 보통 간이 세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만두피도 조미료 맛 없이 담백해서 좋았다.

을지만두 고기만두 단면
만두 속이 살짝 보이는 얇은 만두피
을지만두 고기만두 픽
쫀득한 만두피의 질감이 돋보이는 고기만두

만두 속은 어떠냐고?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잘 만든 고기만두의 정석이었다. 당면이 아주 최소한으로만 들어가서 ‘동네 분식집 만두’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 통만두를 잘하는 집들의 특징 중 하나인 씹고 난 후 입안에 남는 고소한 애프터테이스트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고기 잡내도 전혀 없었고, 양파와 양배추에서 우러나온 듯한 자연스러운 단맛이 느껴져 부담 없이 계속 먹을 수 있었다. 1인 1만두는 기본이고, 2만두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맛이었다.

을지만두 내부 모습
깔끔하고 쾌적한 매장 내부
을지만두 주방 모습
분주하게 만두를 빚는 모습

고기만두가 너무 만족스러웠기에 김치만두도 자연스럽게 추가 주문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김치만두는 고기만두만큼의 깊은 감동은 주지 못했다. 물론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깔끔하고 괜찮은 맛이었지만, 김치 특유의 산미와 감칠맛이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약간 톡 쏘는 듯한 매콤함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김치 자체가 가진 맛보다는 양념의 매운맛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김치만두 러버로서 전국 방방곡곡 김치만두 맛집을 섭렵해 본 입장에서, 코씨리만두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주목해야 할 메뉴는 따로 있었다. 바로 <감자피 만두>와 <깻잎아채 만두>다. 이미 일반 만두피도 쫀득한데, 감자피로 만들면 얼마나 더 쫀쫀하고 특별한 식감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또, 향채를 좋아하는 나에게 깻잎아채 만두는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향긋한 깻잎과 다른 채소들이 어우러진 만두라니,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이 외에도 땡초고추만두, 갈비만두, 새우만두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만두와 찐빵, 왕만두까지, 만두에 관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 안을 둘러보니, 정말 연륜 있는 두 분께서 오픈 주방에서 끊임없이 반죽을 하고 만두를 빚고 계셨다. 마치 고독한 미식가처럼 조용히 앉아 만두를 즐기는 손님들, 그리고 셀프바를 능숙하게 이용하며 만두를 깨끗하게 비우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까지, 이곳이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진짜 ‘만두 전문점’임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메뉴판을 다시 보니, 정말 만두 종류 외에는 다른 메뉴가 전혀 없었다. 만두국 같은 흔한 메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만두 하나에 집중한 그들의 철학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다음에 동대문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분명 감자피 만두나 깻잎아채 만두를 맛보기 위해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오늘 점심시간의 선택은 탁월했다. 혼자 와서 즐기기에도, 잠시 숨을 고르며 맛있는 만두로 허기를 채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와서 다양한 만두를 맛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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