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여고 앞에서 쫄라와 돈까스, 김치볶음밥을 먹는 것은 상상 이상의 호사였다. 그 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해,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다는 이 식당을 찾았다. 첫 방문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을 때, 오래된 듯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벽면에는 여러 방송 출연 사진과 함께 메뉴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는데, 특히 백종원 3대천왕에 소개되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주문을 마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식사 시간대에 맞춰 방문했기에 몇몇 테이블에는 이미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와서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곳이 단순한 맛집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쫄라였다. 붉은색 국물에 콩나물, 양배추, 계란, 파 등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큼직한 뚝배기 안에서 끓고 있는 쫄라를 보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콩나물의 아삭함과 채소의 신선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했다. 쫄면 사리는 쫄깃한 식감을 더해주어,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안 가득 넣으니 그 풍성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음으로 돈까스가 나왔다. 얇게 썬 경양식 스타일의 돈까스는 갓 튀겨져 나와 바삭한 튀김옷이 인상적이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나온다는 점이 놀라웠지만, 갓 튀겨낸 따뜻함과 바삭함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돈까스는 매콤한 돈까스 소스와 함께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함께 제공된 카레 소스 역시 독특한 풍미를 더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김치볶음밥은 노릇하게 볶아진 밥 위에 반숙 계란 프라이가 올라가 비주얼부터 합격이었다. 톡 터뜨린 노른자를 밥과 함께 쓱쓱 비벼 먹으니, 새콤달콤한 김치 맛과 고소한 계란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잘 배어 있어 씹을수록 감칠맛이 더해졌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푸짐한 양과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9천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와 양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별한 맛이라고 하기보다는, 어릴 적 먹던 익숙하고 정겨운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다만, 밑반찬으로 나온 중국산 반찬들의 퀄리티는 다소 아쉬웠지만, 메인 메뉴들의 맛과 양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길가에 주차해야 한다는 점과, 식사 시간에 맞춰 가면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점은 약간의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하거나, 식사 시간을 살짝 비켜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총평하자면, 이곳은 특별하고 새로운 맛을 기대하기보다는, 어릴 적 추억의 맛을 떠올리며 푸짐한 한 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여고 앞 작은 식당에서 시작된 오랜 시간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