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마다 뭘 먹을까 고민하는 건 모든 직장인의 숙명일 겁니다. 오늘은 뭘 먹을까 하다가, 익숙하면서도 왠지 그리운 맛이 당겨 안동 구시장 찜닭골목으로 향했습니다. 찜닭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찜닭집들의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1970년부터 이어져 온 ‘현대찜닭’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사실 시장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늦게 가면 문을 닫을까 봐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8시가 되기 전에 도착해서 식사가 가능했습니다.
가게 앞에 늘어선 화덕들이 이 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오픈 시간인 10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도 이미 세 팀이나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쁜 점심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부터 손님들이 찾는 것을 보니, 이곳이 괜히 찜닭골목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뉴는 찜닭 단품 위주로, ‘보통맛’과 ‘매운맛’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매콤한 맛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곳의 기본을 느껴보고 싶어 ‘보통맛’으로 주문했습니다. 찜닭 한 마리와 함께, 곁들임 메뉴로 공기밥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음식이 꽤 빨리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식사 준비에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역시 바쁜 점심시간에 맞춰 빠르게 나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찜닭이 나왔습니다. 커다란 흰색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찜닭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넓적한 당면이 양념에 푹 잠겨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큼직하게 썰린 감자와 양파, 그리고 넉넉한 닭고기 조각들이 보였습니다. 찜닭 위에 뿌려진 짙은 갈색 양념은 보기만 해도 간이 잘 배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젓가락으로 당면을 들어 올리자, 양념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정말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첫 입은 역시 찜닭 양념이 잘 밴 당면부터 맛보았습니다. 쫄깃한 식감에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이 양념이야말로 밥을 부르는 맛이죠. 곧바로 닭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습니다. 퍽퍽살보다는 부드러운 다리살이 많아 더욱 좋았습니다. 닭고기 역시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 있어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습니다. 큼직한 감자는 포슬포슬하게 익어 양념과 함께 먹으니 든든했습니다.

리뷰에서 ‘간이 잘 베여 있다’는 평을 보았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았습니다.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닭고기, 당면, 채소 곳곳에 적절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기본맛’이라고 해서 맵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살짝 매콤함이 있어 느끼함 없이 계속해서 젓가락이 갔습니다. 찜닭은 자칫 잘못하면 느끼해지기 쉬운데, 적당히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좋았습니다. 닭고기, 감자, 당근 등 기본 재료에 충실한 클래식한 찜닭 맛이랄까요. 다만, 당면은 납작당면이 아니라 일반적인 둥근 당면이라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함께 나온 밥과 찜닭 양념을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밥 한 숟가락에 찜닭, 그리고 당면까지 얹어 먹으니 금세 한 그릇 뚝딱입니다. 찜닭 한 마리를 주문했는데, 저희 둘이 먹기에는 양이 꽤 많았습니다. 밥까지 든든하게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조금 남기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혼자 오시는 분들을 위해 반 마리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현대찜닭’은 옛날 안동 찜닭의 정통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양념 맛, 푸짐한 재료,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점심시간에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기에도 좋고, 동료들과 함께 와서 푸짐하게 나눠 먹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특히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 골목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음 안동 방문 시에도 이곳을 다시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적인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랜 시간 변함없이 사랑받아 온 그 맛과 분위기가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양념이 잘 배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던 ‘현대찜닭’. 오늘 점심 메뉴 고민은 성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