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더워도 너무 덥던 여름날이었어요.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데, 왜 그리 시원한 음식이 당기는지요. 문득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 그리워져 어디 괜찮은 데 없나 두리번거리다, 동네 어르신들이 입에 마르도록 칭찬하시던 [상호명]이라는 곳을 떠올렸습니다. ‘그래, 오늘이야!’ 하고 발걸음을 옮겼지요.
막상 도착하니, 와! 여기가 그렇게 인기 있는 곳인지 몰랐어요. 벌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고요. 대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잠시 당황했지만, 건너편 공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니 괜찮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인기 있는 곳이라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번호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슬쩍 살펴보니, 아담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나무 테이블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조명은 따스한 온기를 더해주었지요. 이윽고 제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수저통을 열어보니 놋수저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 마치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포근함이 느껴졌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역시 밀면이 대표 메뉴인 듯했어요. ‘밀면 최고’라는 찬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직감했지요. 고민 끝에 가장 대표적이라는 섞어밀면을 주문하고, 곁들임으로 만두도 몇 개 주문했습니다. 인당 하나 정도 시키면 딱 좋다기에요.

잠시 뒤, 기다리고 기다리던 섞어밀면이 나왔습니다. 와, 그릇 크기부터 남달랐어요! 큼지막한 양푼에 시원한 육수가 자작하게 담겨 있고, 그 위로 얇게 썰린 돼지고기와 채 썬 오이, 그리고 고명으로 올라간 계란 반쪽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죠. 마치 할머니가 한여름 더위에 기운 빠진 손주를 위해 정성껏 차려주신 듯한 모습이었어요.

그릇을 들어보니 묵직한 것이 든든함이 느껴졌어요. 제일 먼저 국물 맛을 보았습니다. 세상에! 이게 무슨 맛이람? 텁텁함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시원함이 목줄기를 타고 촤르르 내려가는 느낌이었죠. 딱 옛날 엄마가 해주셨던 그 맛이었어요. 한 숟갈 뜨자마자 고향 생각이 절로 나더라고요.

면발도 어찌나 쫄깃하고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얇게 썰린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담백했고, 아삭한 오이와 곁들여 먹으니 식감의 조화가 환상적이었죠. 겨자를 살짝 풀어 넣고 식초를 한 바퀴 둘러 맛을 더하니,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땀 흘리며 먹는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속이 다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주문한 만두도 실했습니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잘 익었고, 속은 육즙이 가득해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습니다. 밀면에 곁들여 먹으니 든든함은 두 배, 맛은 세 배가 되는 기분이었죠.

정신없이 먹다 보니, 사장님의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손님에게는 어린이 밀면을 서비스로 주신다고 하시더군요. 어찌나 정겹고 따뜻하시던지요. 저희 테이블에도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여름 시원하게 보내세요!” 하시며 환하게 웃어주셨습니다. 덕분에 음식 맛뿐만 아니라, 사장님의 좋은 에너지 덕분에 기분까지 좋아지는 식사였습니다.
마지막에 사이다 한 잔까지 서비스로 주시며 “짠~” 하고 건배를 해주시는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좋은 곳은 저만 알고 싶어서 리뷰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은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가격도 어찌나 착한지, 이 정도 맛과 푸짐함에 이 가격이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맛집으로 이곳 [상호명]이 제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다음 여름에도, 아니 어쩌면 계절에 상관없이 이 시원한 맛이 그리워져 또 발걸음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정겨운 분위기, 넉넉한 인심, 그리고 무엇보다 입안 가득 퍼지는 추억의 맛까지. [상호명]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원한 고향 집 같은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