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속 풍경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 있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한 끼 식사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경험이 된다. 금산, 그곳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태고사라는 절이 있었다. 6.25 전쟁의 상흔을 딛고 다시 세워진 그 절은, 소풍날 아픈 다리를 이끌고 몇십 리를 걸어 도착했던 아련한 기억의 장소였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은, 어린 마음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새겨 넣었다.
시간이 흘러, 계곡 입구에는 저수지 겸 호수가 생겨났고, 그 옆으로 30년간 정성스레 가꿔온 “청림골”이라는 식당 겸 카페가 자리 잡았다. 지인의 초대로 방문한 그곳은, 마치 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인테리어는, 지역의 역사와 관련된 조각과 돌들을 수집해 놓은 듯했고, 60-70년대의 레코드판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지하에는 라이브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 공간 자체가, 과거의 낭만을 간직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메뉴는 청국장과 같은 익숙한 한식부터 능이버섯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이 주를 이루었다. 능이버섯오리탕, 능이버섯토종닭백숙 등, 귀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메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능이버섯은 예로부터 귀하게 여겨지던 식재료로, 특유의 향과 효능은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식당에 들어서자, 낡은 듯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매장 안은 오래된 물건들로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앤티크한 소품들과 LP 음악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한쪽 벽면에는 역대 대통령의 방문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은 눈길을 끌었다. 오래된 맛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 따뜻한 보리밥이 먼저 나왔다. 구수한 된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맛은, 잊고 지냈던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어서 능이버섯전골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1능이, 2표고, 3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능이버섯이 듬뿍 들어간 전골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전골이 끓기 시작하자, 능이버섯 특유의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짙은 갈색의 능이버섯은, 쫄깃한 식감과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느껴졌는데, 다른 버섯들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버섯해장국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능이버섯이 듬뿍 들어간 해장국은, 숙취 해소에도 좋고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숯불 향이 은은하게 나는 잡채는,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였다. 간장으로 맛을 낸 잡채는,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묵은지와 김치 또한,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었다. 밑반찬은 옛날 음식처럼 미원을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고 깔끔했다.
능이백숙 또한 훌륭한 메뉴였다. 4명이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한 양은, 인심 좋은 사장님의 마음을 느끼게 했다. 푹 익은 닭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능이버섯과 함께 먹으니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마지막으로 나온 죽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이었다. 닭 육수와 능이버섯으로 끓인 죽은,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맛으로 입안을 가득 채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식당 주변은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LP 음악을 들으며,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대둔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은, 그 어떤 보약보다도 몸과 마음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오래된 식당이다 보니, 시설이 다소 노후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주차 공간이 부족할 때에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청림골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서비스는,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다.
나는 이곳에서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능이버섯의 깊은 향과 맛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금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청림골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또 어떤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하며.

돌아오는 길, 태고사를 다시 찾았다. 예전의 웅장했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세월을 지키고 있었다. 절 앞에는 저수지가 펼쳐져 있었는데, 잔잔한 물결에 비치는 석양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나는 잠시 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금산이라는 곳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달았다. 금산은 단순한 지역을 넘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리고 청림골은, 그 금산의 추억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청림골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다. 금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능이버섯의 향긋한 풍미와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