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에서 만난 추억의 맛, 코리아나그릴 돈까스 맛집

여행길에 우연히 마주친 한 장소. 간판부터 흘러나오는 오래된 향취가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전남에서 가장 오래된 돈까스집’이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죠. 38년간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이곳, 코리아나그릴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촌스럽지만 정감 가는 인테리어, 오래된 흔적이 엿보이는 가구들이 따뜻한 추억을 소환했습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조용히 메뉴판을 훑어보는데, 메뉴는 단 세 가지. 돈까스, 치즈돈까스, 그리고 김치치즈돈까스. 요즘처럼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곳과는 확연히 다른 단순함이 오히려 이곳의 깊이를 짐작게 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김치치즈돈까스를 주문했습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노부부의 손길을 상상하니, 기다림조차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마주한 김치치즈돈까스는 예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김치가 돈까스 속에 섞여 있거나 위에 얹어져 나올 줄 알았는데, 겉보기에는 일반 돈까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자, 은은하게 퍼지는 김치의 맛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튀김옷은 눅눅하기보다는 소스를 충분히 머금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고, 겉의 바삭함보다는 속의 촉촉함이 더 돋보였습니다. 맵지도, 시큼하지도 않은 적당한 산미와 김치의 개운함이 느끼할 수 있는 돈까스의 맛을 훌륭하게 잡아주었습니다.

레스토랑 내부의 편안한 좌석 공간
아늑하고 옛스러운 인테리어는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같이 곁들여 나온 김치는 또 다른 매력이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와는 다른, 직접 담근 듯한 맛이었습니다. 갓 담근 김치의 신선함과 아삭함이 돈까스와 함께 먹으니 훌륭한 궁합을 자랑했습니다. 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져 있었고, 함께 나온 깍두기 또한 정갈했습니다.

어떤 리뷰에서는 수프나 샐러드가 없어 아쉬웠다는 평도 있었지만, 이곳의 매력은 그런 부가적인 요소보다는 본질에 집중하는 데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튀김옷에 소스가 흠뻑 배어든 스타일은 요즘 유행하는 바삭한 돈까스와는 다르지만, 오히려 눅눅하게 소스를 머금은 튀김옷과 부드러운 고기의 조화는 옛날 경양식 돈까스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김치치즈돈까스, 밥, 김치, 깍두기가 담긴 한 상차림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에서 옛날 돈까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치즈돈까스를 주문한 일행의 말에 따르면, 치즈의 양은 넉넉했지만 고기 본연의 맛보다는 치즈의 풍미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만약 고기의 식감과 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일반 돈까스를 선택하는 것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두툼한 김치치즈돈까스에 소스가 넉넉히 부어져 있는 모습
새콤달콤한 특제 소스가 듬뿍 뿌려져 나와 보는 즐거움도 더합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사장님 부부의 따뜻한 인심과 친절함이었습니다.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에서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몸에 무리가 가셔서 오래는 못 하실 것 같다는 말씀을 들으니, 어서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까스와 곁들여 나오는 깍두기
정갈하게 담겨 나온 깍두기는 돈까스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영업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점은 이 식당을 방문하기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성격이 급하거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기다릴 수 있는 분들이라면, 이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치치즈돈까스, 밥, 김치, 깍두기가 담긴 전체적인 모습
직접 담근 김치와 함께 제공되는 돈까스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가격 또한 8,000원으로 매우 합리적입니다. 예전 가격 그대로를 유지하려는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요즘처럼 물가가 많이 오른 시대에 이 가격으로 이런 정성과 맛을 제공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가성비와 추억을 동시에 잡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잘 익은 김치와 돈까스가 함께 놓여 있는 모습
돈까스 소스와의 조화가 좋은 김치는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입니다.

벌교라는 지역의 특색을 담은 ‘벌교식 돈까스’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식 돈까스가 대세를 이루는 요즘, 이곳은 예스러운 경양식 돈까스의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특별한 날 부모님 손을 잡고 갔던 돈까스 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옛날 추억을 되짚어보고 싶다면, 혹은 특별하지 않기에 더욱 특별한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벌교의 코리아나그릴을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따뜻한 음식과 함께 진한 여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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