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낯선 땅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집 탐방은 여행의 묘미를 더하죠. 이번 남해 여행의 꽤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현지에서 사랑받는, 어쩌면 전국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할지도 모를 한 빵집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행복베이커리’라는 이름의 이곳.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마음속에 콕 박혀 있던 이름이었기에, 그 기대감은 꽤나 컸습니다.
본래 계획했던 동선은 죽방렴 관망대에서 시작해 다랭이마을에서의 점심, 그리고 이 빵집을 거쳐 남해대교와 남해각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가득한 법. 죽방렴 관망대를 지나 농가섬과 남해바다정원을 들르게 되면서, 자연스레 전체적인 일정이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동선을 고려했을 때 빵집을 먼저 들렀다가 다랭이마을로 향하는 것이 효율적이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오후 3시 30분경, 드디어 행복베이커리의 초록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읍내 자체가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였던 탓인지, 매장 안은 조용했습니다. 덕분에 빵을 고르는 데 집중할 수 있었고, 어떤 빵이 품절되었는지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빼곡하게 채워진 빵들은 그 작은 공간을 꽉 채우는 풍성함을 선사했습니다. 갓 구워져 나온 듯 윤기가 흐르는 빵들을 보니, 마치 보물창고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빵이 맛있어서만은 아닙니다. 남해의 특산물인 시금치, 유자, 마늘 등을 활용한 독창적인 메뉴들이 이곳의 정체성을 말해줍니다. 특히 ‘시금치빵’은 이곳만의 시그니처 메뉴로, 겉은 얇은 소보로처럼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빵 속을 가득 채운 ‘시금치크림’은 부드러우면서도 전혀 느끼하지 않아, 몇 개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습니다. 마치 마법처럼 입안 가득 퍼지는 크림의 부드러움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죠. ‘유자 만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입니다. 속을 꽉 채운 유자 앙금은 진한 유자향과 달콤함으로 입안을 즐겁게 했습니다. 마늘빵, 먹물 크림치즈 등 어떤 빵을 골라도 기본 이상은 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습니다.

행복베이커리가 유명세를 탄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사장님이 유명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유명 빵집의 사장님이 유명해진 것인지, 혹은 유명한 사장님이 있는 빵집으로 알려지게 된 것인지 선후 관계는 다소 묘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곳이 단순한 동네 빵집을 넘어선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로드뷰 상 2019년 중순에 문을 연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곳은 아닐 수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매장 안쪽 벽면에는 사장님의 열정과 노력을 증명하는 듯한 다양한 상장과 인증서들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이 빵집이 걸어온 시간과 사람들의 사랑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빵집 옆에는 무인 카페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갓 구운 빵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머신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은 방문객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하는 부분입니다.

이날 제가 고른 빵은 마늘식빵, 유자빵, 시금치비스켓슈, 유자쌀만주, 그리고 언제나 실패 없는 단팥빵과 슈크림빵이었습니다. 다랭이마을로 향하는 길, 차 안에서 먼저 맛본 유자빵과 시금치비스켓슈는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유자빵은 은은한 유자향이 빵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렸고,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습니다. 시금치비스켓슈 역시 겉의 바삭함과 속의 부드러운 크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이 두 가지 빵은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특별했습니다.


그 외에 구매했던 빵들도 하나같이 훌륭했습니다. 마늘식빵은 빵의 겉면에 뿌려진 마늘 토핑이 풍성하게 올라가 있어, 씹을수록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남해의 특산물을 활용한 빵들은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사실, 유명 빵집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기대를 안고 방문하면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행복베이커리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맛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빵 가격까지 합리적이어서, 이 지역을 다시 여행하게 된다면 반드시 재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마음속에 새겨두었습니다.
주차에 대한 정보도 덧붙이자면, 주변 도로변에 노상 공영 주차장이 있습니다. 10분까지는 무료 주차가 가능하니, 잠시 들러 빵을 사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빈자리를 찾아 주차하고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사장님은 정말 친절하셨습니다. 빵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웃는 얼굴로 응대해주시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유명세를 타서 자만하거나 차가워질 수도 있었을 텐데, 변함없는 따뜻함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행복베이커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남해를 방문하신다면, 이곳에서 꼭 특별한 빵 한 조각과 함께 행복을 맛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