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무안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무안 뻘낙지였다. 클린밸리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나니,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솟아올랐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무안 낙지골목. 굽이치는 길을 따라 들어서니, 저 멀리 ‘무안뻘낙지거리’라는 빛나는 아치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밤하늘 아래 형형색색의 네온사인들이 반짝이며,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싱싱한 낙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들의 수족관에서는 싱싱한 낙지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 나의 미각을 책임져 줄 ‘동산정’이었다. 하얀색 외관에 정갈하게 빛나는 붉은색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KBS 방송에 소개된 맛집임을 자랑하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낙지 요리의 향연이 펼쳐졌다. 산낙지 탕탕이, 낙지볶음, 낙지초무침, 연포탕 등… 도저히 하나만 고를 수 없어, 낙지 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2인 기준으로 11만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원도 없이 낙지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반찬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백반 전문점처럼 푸짐한 밑반찬은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넉넉하게 리필해 주시는 인심에 감동했다. 퓨전 스타일의 반찬들도 훌륭했지만, 역시 메인은 낙지였다. 곧이어 등장한 낙지 요리들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산낙지 탕탕이였다. 푸른빛이 감도는 접시 위에 붉은 육회와 투명한 산낙지가 어우러진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입에 넣으니,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낙지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육회와 쫄깃한 낙지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내음은 잊고 지냈던 미각을 깨우는 듯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낙지 호롱구이였다. 매콤한 양념을 발라 구워낸 호롱구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호롱구이를 한 입 베어 무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쫄깃한 낙지의 식감과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특히, 매콤한 양념은 텁텁하지 않고 깔끔해서 더욱 좋았다.

낙지 초무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낙지 초무침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아삭아삭한 채소와 쫄깃한 낙지의 조화는 훌륭했고, 특히, 참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연포탕이 나왔다. 맑은 국물에 큼지막한 낙지가 통째로 들어간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푹 익은 낙지는 부드러웠고, 시원한 국물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코스 요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메뉴였다. 다만, 다른 메뉴들에 비해 연포탕의 맛은 다소 평범하게 느껴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할머니 사장님께서 젓가락에 세발낙지 한 마리를 끼워서 주셨다.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손길에 감동했다. 무안은 낙지 맛도 맛이지만, 이런 정겨운 인심 덕분에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장실이 다소 비좁고 청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과 서비스가 워낙 훌륭했기에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낙지골목 전체의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동산정에서는 그 가격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맛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동산정에서 맛본 낙지 코스 요리는 무안에서 경험한 최고의 맛이었다. 싱싱한 낙지의 풍미와 푸짐한 인심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에 무안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동산정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다른 낙지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무안 낙지골목에서 진정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동산정을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