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종로 거리를 걷다가 묘한 이끌림에 발길을 멈췄다. 간판도 화려하지 않은 작은 만두 가게. 낡은 듯 정겨운 외관에서 풍겨져 나오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머리에 두건을 쓴 여사장님의 푸근한 미소와, 묵묵히 만두를 빚고 계시는 남자 사장님의 모습에서 오랜 내공이 느껴졌다.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찐만두와 군만두 등 다양한 종류의 만두가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찐만두와 군만두를 반반 섞은 ‘반반만두’를 주문했다. 둘이서 1.5인분을 시킬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두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찐만두와, 황금빛으로 노릇하게 구워진 군만두의 조화가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젓가락을 들어 찐만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얇고 부드러운 피는 젓가락질에도 형태를 유지하며, 촉촉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신선한 채소의 향. 피는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정말 맛있는 만두였다.

이번에는 군만두를 맛볼 차례. 뜨거운 김이 사라지기 전에, 잽싸게 군만두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바삭한 겉면과는 대조적으로, 속은 촉촉하고 육즙이 가득했다. 기름에 튀기듯 구워진 만두피는, 씹을 때마다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얇은 피는 바삭하고, 속은 고기로 꽉 차 있어 씹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겉바속촉의 정석이라고 할까.
만두를 먹는 동안,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만두를 즐겨 먹는 나조차도 처음 맛보는 스타일의 만두였다. 흔히 맛볼 수 있는 만두와는 차원이 다른, 사장님의 손맛과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함께 갔던 동료는 찐만두를 더 좋아했고, 나는 군만두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서로의 취향은 달랐지만, 만두가 맛있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 있지만, 이 만두는 누가 먹더라도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두를 먹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오래된 TV 방송 출연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KBS 아침 뉴스 타임에 방영되었던 모습이 담긴 사진 액자 위에는, 종이로 접은 듯한 장식물이 달려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품들에서, 이 가게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메뉴 사진과 가격이 적힌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고기 군만두와 찐만두, 김치 군만두와 찐만두 모두 10개에 7,000원이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다.

“사장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건네자,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화답해주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짧은 인사였지만,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가게를 나서면서, 문득 만두 만드는 비법을 배워서 만두 가게를 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만두 맛이 인상적이었고, 사장님의 친절함에 감동받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종로 골목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만두 맛집.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은 맛을 지켜온 사장님의 정성에 감탄했고, 푸근한 인심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다음에 종로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는 김치만두를 맛봐야겠다. 그리고 그 따뜻한 미소와 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종로에서 만난 이 작은 만두 가게는, 단순한 맛집을 넘어, 정겨운 추억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