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쇠죽 향기 따라, 수원 장안문에서 찾은 깊은 맛 예전각설렁탕 맛집 기행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수원, 그중에서도 장안문 근처에 유난히 설렁탕 ‘맛집’이라는 간판을 내건 곳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을 끄는 이름, ‘예전각설렁탕’으로 향했다. 어쩌면 그 이름 속에 담긴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옛 맛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행은 언제나 설렘을 안겨준다.

11시, 이른 점심시간이었지만 식당 앞은 이미 활기가 넘쳤다. 넓은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했고, 식당 뒤편에 웅장하게 늘어선 가마솥들이 쉴 새 없이 쇠죽을 끓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뽀얀 김이 피어오르는 가마솥을 바라보며, 나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저 솥 안에서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가 오늘 나의 허기를 달래주겠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넓고 깨끗한 홀 안은 이미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는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다. 2층까지 있는 넓은 공간은 많은 손님을 수용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설렁탕, 도가니탕, 선지해장국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역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설렁탕’이었다.

“설렁탕 특으로 하나 주세요.”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홀에서 일하시는 분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테이블을 정리하고 계셨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음식이 나오기 전 손을 깨끗하게 씻고 나오셔서 음식을 세팅해주시는 모습이었다. 작은 배려였지만,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설렁탕이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고, 그 아래로는 얇게 썰린 고기들이 숨어 있었다. 스테인리스 밥그릇과 국그릇, 숟가락과 젓가락이 단정하게 놓여있고, 뽀얀 쌀밥이 윤기를 뽐냈다. 설렁탕의 뽀얀 국물은 오랜 시간 끓여낸 듯 뽀얗고 깊어 보였다.

뽀얀 국물과 김치가 놓인 설렁탕 한 상 차림
뽀얀 국물과 김치가 놓인 설렁탕 한 상 차림

설렁탕과 함께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나왔다. 먹기 좋게 썰어진 깍두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아삭해 보였다. 배추김치는 겉절이처럼 신선해 보였다.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 나온 김치는 먹을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김치와 깍두기는 설렁탕의 맛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보았다. 진하고 깊은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육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잡냄새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은, 내가 상상했던 바로 그 맛이었다. 밍밍한 설렁탕은 이제 안녕, 이 집이야말로 진짜 설렁탕 맛집이구나!

파를 듬뿍 넣어 다시 한 번 국물을 맛보았다. 파의 향긋함이 더해지니, 국물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밥을 말기 전에, 고기부터 맛보았다. 특설렁탕에는 살코기와 말캉거리는 도가니 부위가 적절히 섞여 있었다. 고기는 부드럽고 쫄깃했고, 도가니는 쫀득하면서도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고기의 양도 넉넉해서,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이제 밥을 말 차례. 뜨거운 밥을 설렁탕에 말아 넣으니, 뽀얀 국물이 밥알 사이사이에 스며들었다. 숟가락으로 밥과 고기를 함께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밥알과 쫄깃한 고기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깍두기를 하나 올려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김치도 얹어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파가 듬뿍 뿌려진 설렁탕의 모습
파가 듬뿍 뿌려진 설렁탕의 모습

나는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그 어떤 잡념도 사라지는 법. 오직 맛에 집중하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낸 뚝배기를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섰다. 나오면서 보니, 4900원 할인 행사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설렁탕을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예전에는 이 집이 맛있어서 이렇게 큰 규모로 커졌다고 한다. 24시간 영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늦은 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주차장도 넓어서, 차를 가지고 오는 손님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손님들은 김치 맛이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또, 직원들의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런 점들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설렁탕과 함께 제공되는 김치와 깍두기
설렁탕과 함께 제공되는 김치와 깍두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각설렁탕은 수원 장안문 근처에서 설렁탕을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임에는 틀림없다. 깊고 진한 육수, 넉넉한 양, 저렴한 가격은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늦은 밤이나 새벽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이곳을 방문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도가니탕이나 소한마리국밥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소한마리국밥은 고기 양이 푸짐하고 국물 맛도 일품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깍두기를 포장해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다음에는 깍두기도 한번 포장해봐야겠다.

수원 ‘지역’ 장안문 ‘맛집’ 예전각설렁탕에서, 나는 잊고 지냈던 설렁탕의 참맛을 다시 발견했다. 쇠죽 끓는 냄새와 뽀얀 국물이 어우러진 그 풍경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나는 또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녹이기 위해.

도가니탕에 파를 넣는 모습
도가니탕에 파를 넣는 모습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예전각’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생각했다. 어쩌면 이 식당은, 단순히 설렁탕을 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잃어버린 맛과 추억을 되살려주는 곳인지도 모른다. 뽀얀 국물 속에서 피어나는 그리움, 그것이 바로 예전각설렁탕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수원에서의 맛있는 추억을 가슴에 품고.

테이블 위에 놓인 설렁탕 한 상 차림
테이블 위에 놓인 설렁탕 한 상 차림
도가니탕 속 도가니를 건져 올리는 모습
도가니탕 속 도가니를 건져 올리는 모습
도가니탕과 소스
도가니탕과 소스
식당 내부 모습
식당 내부 모습
소한마리탕의 모습
소한마리탕의 모습
도가니탕의 푸짐한 도가니
도가니탕의 푸짐한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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