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도 반한 권선시장 닭볶음탕, 수원 로컬의 숨겨진 맛집 탐험기

오랜만에 휴가를 맞아, 묵혀두었던 맛집 리스트를 꺼내 들었다. 오늘의 실험 대상은 수원 권선시장에 숨어 있다는 닭볶음탕 전문점. 미식가 허영만 화백과 허재 감독도 다녀갔다는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헤쳐 나갔다. 시장 특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후각과 시각을 자극했다. 튀김 냄새, 젓갈 냄새, 갓 빻은 고춧가루의 매콤한 향이 뒤섞여 뇌의 미각 중추를 끊임없이 건드렸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연식당’이라는 간판이 정겹게 맞아준다. 가게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네 개 남짓. 벽면과 천장에는 손님들의 기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마치 자선 경매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였다.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공간 곳곳에 배어있는 듯했다. 한쪽 벽면에는 MBC ‘오늘 저녁’ 같은 방송 출연을 기념하는 액자와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특히 ‘사랑 나눔 700,000원’이라고 적힌 기부금액 표시는 이 식당의 따뜻한 마음씨를 대변하는 듯했다. 참조)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닭볶음탕은 일반닭과 토종닭 두 종류가 있었다. 일반닭은 3만원, 토종닭은 5만원. 가격 차이가 꽤 컸지만, 토종닭의 압도적인 크기를 묘사하는 후기를 보고 일반닭으로 결정했다. 둘이 먹기엔 일반닭 한 마리도 충분하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밑반찬이 테이블에 차려졌다. 갓김치, 오이소박이, 나물 무침 등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비주얼이었다.

특히 갓김치는 젓갈의 풍미와 갓 특유의 알싸한 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오이소박이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나물 무침은 간이 적절하게 배어 있어 닭볶음탕과의 궁합이 기대되는 맛이었다. 마치 잘 짜여진 효소의 활성화 에너지 그래프처럼,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하는 훌륭한 워밍업이었다.

다채로운 밑반찬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은 닭볶음탕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드디어 닭볶음탕이 등장했다.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닭고기와 감자, 단호박, 당근, 그리고 길쭉한 밀떡이 듬뿍 들어 있었다. 마치 용암처럼 끓고 있는 국물은 강렬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끓는 동안 국물이 졸아들면서 점성이 높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미각적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본격적인 시식에 앞서, 국물부터 맛보았다. 첫 맛은 달콤했다. 단호박에서 우러나온 천연의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하지만 곧이어 매콤한 맛이 혀를 강타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순간이었다. 단맛과 매운맛의 조화는 마치 밀고 당기는 연애처럼,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단맛이 강해 칼칼한 맛이 살짝 묻히는 느낌은 아쉬웠다.

닭고기는 꽤 튼실했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뜯어보니, 부드럽게 찢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닭고기 특유의 담백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육질은 탄력이 있었고, 겉은 쫄깃하면서 속은 촉촉했다. 닭고기 표면에 스며든 양념은,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복합적인 풍미를 더했다. 특히 닭다리 부위는 콜라겐 함량이 높아 쫀득한 식감을 자랑했다.

보글보글 끓는 닭볶음탕
강렬한 붉은색을 뽐내며 끓고 있는 닭볶음탕. 보기만 해도 침샘이 자극된다.

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닭볶음탕 양념이 깊숙이 배어들어, 그 자체로 훌륭한 안주가 되었다. 단호박은 달콤한 맛을 더욱 강화시켜 주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단호박은, 국물의 점도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했다. 밀떡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떡볶이 마니아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닭볶음탕을 먹는 동안, 불을 끄지 않고 계속 끓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물이 점점 졸아들면서 짜글이처럼 변해갔다.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닭고기와 채소에 더욱 깊숙이 배어들었다. 마치 숙성된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었다. 닭고기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완벽한 조화. 볶음밥은 그야말로 ‘맛의 빅뱅’이었다. 볶음밥 한 숟갈을 입에 넣으니, 뇌의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이었다. 결국 냄비를 싹싹 긁어먹고 나서야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사장님께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테이블마다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반찬을 리필해주고, 계산을 하는 등 1인 다역을 소화하고 계셨다. 친절한 서비스는 음식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문이 누락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계란찜을 주문했는데 깜빡 잊으신 듯했다. 하지만 워낙 친절하셔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있는 곳. 이것이 바로 로컬 맛집의 매력 아닐까.

벽면에 가득한 기부 증서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기부 증서들. 맛 뿐만 아니라 인심도 넉넉한 곳이다.

나연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 푸짐한 인심,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었다. 비록 완벽한 맛은 아닐지라도, 수원 권선시장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즐기는 닭볶음탕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꼭 VIP 손님을 데리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닭볶음탕의 여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단맛과 매운맛의 조화, 푸짐한 양, 그리고 따뜻한 인심. 이 모든 것이 나연식당 닭볶음탕의 매력이었다. 이번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탐험하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닭볶음탕과 밑반찬 한 상 차림
푸짐한 닭볶음탕과 다채로운 밑반찬의 조화.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닭볶음탕과 밑반찬
닭볶음탕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밑반찬들. 갓김치, 오이소박이 등 손맛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닭볶음탕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닭볶음탕 클로즈업
큼지막한 닭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닭볶음탕. 국물이 졸아들수록 맛이 더욱 깊어진다.
닭볶음탕 클로즈업 2
진한 양념이 닭고기와 채소에 깊숙이 배어들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다 먹은 닭볶음탕
맛있는 닭볶음탕, 완벽하게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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