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로 향하는 길,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캔버스 위에 펼쳐진 수묵화 같았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뜨끈한 복지리 한 그릇이었다. 나주에서 복 요리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가보리 복집”. 간판조차 제대로 없는 허름한 외관이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소박함이 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푸른 기와를 얹은 단층 건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벽에는 “복탕, 지리 전문”이라는 간결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식당 내부는 정겨운 분위기를 풍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쿰쿰하면서도 시원한 복지리 특유의 향이 코를 간질였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방문한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벽에 걸린 메뉴판은 수수한 느낌이었다. 복지리와 복탕이 주 메뉴이고, 바지락회무침도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맑고 시원한 국물이 땡겼기에 복지리(1인분 20,000원)를 주문했다. 예전에는 밥값이 포함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별도로 1,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쌀값이 내렸다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갓김치와 묵은지를 맛보니,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다. 특히 시원하게 익은 김치는 복지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5년 만에 다시 찾았다는 한 손님은 김치가 너무 시원해서 식초 생각이 전혀 안 났다고 극찬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지리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미나리와 콩나물이 신선함을 자랑했다. 냄비 안에는 통통한 복어 살이 숨어 있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향긋한 미나리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 깔끔하면서도 묵직한 감칠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복어 특유의 담백함과 미나리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왜 이곳이 나주 최고의 복 맛집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복어 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복어에는 식초를 찍어 먹어야 제맛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초장만 제공된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같이 갔던 지인이 복지리에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와 복어 종류에 대해 질문했다. 복어 내장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정확한 답변을 해줄 수는 없었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어느 정도 복어와 미나리를 건져 먹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수제비를 떠 주셨다. 얇고 쫄깃한 수제비는 복지리 국물과 어우러져 또 다른 별미를 만들어냈다. 아버지도 복집에서 수제비를 넣어주는 것은 처음 보셨다고 했다. 수제비는 정말 백미였다!
처음에는 복탕이 금방 배가 꺼지는 음식이라고 생각했지만, 밥과 수제비 덕분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은복이 자주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밀복을 먹었다. 주문진에서 직접 먹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냉동 치고는 꽤 맛있었다.
나주 면허시험을 보러 왔다가 리뷰를 보고 찾아왔다는 한 손님은 그냥 평타라고 평가했지만, 나는 이곳의 복지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첫맛은 미원 맛이 나는 듯했지만, 끓일수록 미나리 향이 진해지면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맑은 지리를 좋아한다는 또 다른 손님은 미나리와 국물을 계속 리필해줘서 좋았다고 한다. 마지막에 사장님이 직접 테이블마다 다니시며 수제비를 떠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회식장소로 괜찮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마늘이 조금 더 신선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현한 손님도 있었다. 복어는 식초에 찍어 먹어야 맛이 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초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숙취해소에 좋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맑은 복 지리 국물에 넣어주는 손 수제비가 일품이라는 평가에 적극 동의한다. 부산식과는 다른 마늘 넣은 복지리라는 점도 특색 있었다.
나주에는 영일복집과 가보리복집이 양대산맥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가보리복집의 복지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 복 맛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복요리의 정수라고 감히 평하고 싶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은 환한 웃음으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 나는 다시 나주를 찾을 것을 다짐했다.

가보리 복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나주의 따뜻한 정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허름한 외관과 소박한 메뉴,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미소가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다음에 또 나주 맛집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가보리 복집을 찾을 것이다. 그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수제비, 그리고 따뜻한 인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든든하게 채운 배와 따뜻한 마음 덕분이었을까. 나주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푸르고 맑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