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하루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시흥 정왕동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지인들의 칭찬이 자자했던 숙성 돼지고기 전문점 ‘함돈’이었다.
도착한 함돈은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은은한 조명이 감도는 내부는 편안함을 주었고, 맛있는 고기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며 식욕을 자극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정갈하게 놓인 식기류와 숯불이었다. 왠지 모르게 좋은 예감이 들었다.

메뉴판을 정독한 끝에, 504시간 숙성이라는 문구가 유혹하는 특목살과 오겹살을 주문했다. 잠시 후, 팔각형 나무 쟁반에 담긴 정갈한 밑반찬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윤기가 흐르는 무장아찌, 젓갈 향이 감도는 볶음김치, 톡 쏘는 겨자 소스를 곁들인 버섯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찬들이었다. 특히, 싱싱한 미나리가 함께 제공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파릇한 미나리는 고기와 함께 구워 먹으면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느끼함을 잡아준다고 했다.
드디어 숯불이 들어오고, 곧이어 두툼한 504시간 숙성 특목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홍빛 고기 표면에 섬세하게 새겨진 칼집은 숙성의 깊이를 짐작하게 했다.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주셨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함돈에서는 직원분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드셔도 됩니다.”
직원분의 말에 젓가락을 들었다. 잘 익은 목살 한 점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첫 입은 소금만 살짝 찍어 음미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육즙. 504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 고기답게, 육질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고 풍미는 깊었다.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숯불 향이 고기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과하지 않게 밴 훈연 향은 고기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번에는 미나리와 함께 쌈을 싸서 먹어봤다. 향긋한 미나리의 풍미가 쫀득한 목살과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쌉싸름한 미나리가 고기의 느끼함은 잡아주고 신선함을 더해주니, 질릴 틈 없이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쌈을 한 입 가득 넣고 오물거릴 때마다 입 안에서 다채로운 맛과 향이 폭발했다.
함께 제공된 버섯장아찌 또한 훌륭한 조연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버섯장아찌는 목살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고기 위에 버섯장아찌를 올려 한 입에 넣으니, 짭짤함과 고소함, 향긋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입 안을 즐겁게 했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오겹살을 불판 위에 올렸다. 오겹살은 껍데기 부분이 쫀득하고,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가 훌륭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오겹살을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니, 입 안에서 고소한 지방이 터져 나오면서 행복감이 밀려왔다. 특히, 껍데기 부분의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서비스로 제공되는 뼈곰탕을 맛봤다. 뽀얀 국물은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고, 푹 익은 뼈다귀에 붙은 살점은 부드러웠다. 곰탕 국물은 기름지지 않고 깔끔했으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뼈에 붙은 살코기를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렀지만, 함돈의 숨겨진 주인공이라는 김치찌개를 포기할 수 없었다.
김치찌개가 테이블에 놓이자, 칼칼하고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돼지고기와 잘 익은 김치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김치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졌다. 돼지고기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으며, 김치는 적당히 익어 찌개 국물에 깊은 맛을 더했다.
김치찌개와 함께 제공되는 계란말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큼지막하고 두툼한 계란말이는 겉은 노릇하고 속은 촉촉했다. 케첩을 살짝 뿌려 김치찌개와 함께 먹으니, 매콤함과 부드러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고, 라면 사리를 추가했다.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어 끓이니, 국물이 더욱 걸쭉해지고 깊은 맛이 났다. 꼬들꼬들한 라면을 후루룩 면치기하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했다.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는 진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함돈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좋은 재료와 정성스러운 손길,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가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시흥 맛집으로 인정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함돈을 나서며,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봤다. 붉게 물든 하늘은 오늘 내가 맛본 숙성 돼지고기의 깊은 풍미와 김치찌개의 얼큰한 맛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다음에 또 방문할 것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