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깊은 풍미, 수원 영통에서 만난 인생 버거 맛집

경희대학교 인근, 평소라면 스쳐 지나갔을 작은 골목길 어귀에 자리한 수제 버거집. 며칠 전부터 SNS 피드를 장식하던 이곳의 버거 사진들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 결국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MASS BURGER”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미국식 폰트와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색감의 조화가 어딘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을 준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훅 풍겨오는 기름진 패티 향은, 빈 속에 들이닥치니 꽤나 강렬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벽면에는 방문객들의 사진과 낙서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는데,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천장에는 에어컨과 함께 메뉴판이 달려 있었다. 싱글, 더블, 필라델피아 등 버거 종류와 함께 매스 프라이즈, 버팔로 윙 등의 사이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메뉴판 옆으로는 성조기 대신 캘리포니아 깃발이 걸려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카운터에서 메뉴를 주문하려는데, 직원분의 무심한 듯 시크한 태도가 묘하게 ‘힙’하게 느껴졌다. 마치 “맛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겠다”는 듯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듯했다. 나는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더블 버거와 매스 프라이즈를 주문했다. 햄버거 단품이 8,900원, 감자튀김과 음료는 각각 2,500원인 가격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꽤나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매스버거 외부 간판
멀리서도 눈에 띄는 매스버거의 간판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쟁반 위에 올려진 나의 만찬이 눈 앞에 나타났다. 붉은색 플라스틱 컵에 담긴 닥터페퍼와 케첩, 머스타드 소스, 그리고 버거와 감자튀김이 투박한 검정 쟁반 위에 놓여 있었다. 햄버거는 마치 노스트레스버거처럼, 일회용 접시에 담겨 나왔다. 꾸덕꾸덕한 번과 얇게 눌린 패티, 그리고 흘러내리는 치즈의 조합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더블 버거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진한 치즈의 풍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패티는 얇았지만, 거칠게 스매쉬한 덕분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자랑했다. 최소한의 야채만 사용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고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소들은 과감하게 생략한 듯했다. 싱글 버거의 경우 케첩 맛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더블 버거는 패티와 치즈의 풍미가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빵은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육즙과 소스를 흠뻑 머금은 빵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맛을 냈다.

더블 버거와 코울슬로
더블 패티의 육즙과 녹진한 치즈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매스 프라이즈는, 짭짤한 감자튀김 위에 버거 패티와 치즈, 소스를 듬뿍 얹어낸 메뉴였다. 햄버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도, 색다른 식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감자튀김 위에 뿌려진 매콤한 마요 소스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만, 감자튀김 자체가 특별한 맛을 내는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냉동 감자튀김을 사용한 듯했지만, 버거 패티와 치즈, 소스와의 조합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더블 버거를 반 이상 먹고 나니, 느끼함이 점점 몰려오기 시작했다. 메뉴 구성에 피클이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 제공되지는 않았다. 아마도 피클이 있었다면 느끼함을 덜어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매장이 협소한 탓에 테이블 간 간격이 좁다는 점도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더블 버거 근접 샷
스매쉬 방식으로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패티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저렴한 가격에 패티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패티 한 장 추가에 3,500원이라는 가격은, 고기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패티를 3장 이상 추가해서, 고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느껴보고 싶다. 벽면에는 10장, 13장, 심지어 16장까지 패티를 쌓아 올린, 용자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미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곳의 버거는 마치 미국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 맛볼 수 있을 법한, 정통 미국식 버거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짭짤한 정도나 야채의 부족함이, 오히려 아메리칸 스타일에 무게를 실어주는 듯했다. 특히, 얇게 튀기듯이 구워낸 패티는, 촉촉한 육즙과 함께 강렬한 풍미를 선사했다.

메뉴판
심플하지만 강렬한 메뉴 구성

가게 내부는 아담했지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테이블마다 비치된 비닐장갑에서는,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혼밥을 즐기기에도 부담 없는 분위기였고, 실제로 혼자 와서 버거를 즐기는 손님들도 꽤 있었다. 평일 저녁 시간대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고 하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르게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퀄리티의 버거를 맛볼 수 있었다는 만족감, 그리고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한 향수 때문이었을까. 영통에서 맛있는 수제 버거를 찾는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음료와 소스
미국 감성이 느껴지는 닥터페퍼

총평: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퀄리티의 미국식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곳. 얇게 스매쉬한 패티의 바삭한 식감과 육즙, 그리고 진한 치즈의 풍미가 인상적이다. 매장이 협소하고 피클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맛으로 모든 것을 커버하는 곳이다. 재방문 의사 200%.

추천 메뉴: 더블 버거, 매스 프라이즈, 버팔로 윙

총점: 5/5

잘린 버거 단면
패티, 치즈, 양파, 피클의 조화

덧붙이는 말: 최근 가게를 확장하여 예전보다 넓어졌다고 한다. 배달도 가능하지만, 매장에서 갓 만든 따끈따끈한 버거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매장 내부
아담하지만 깔끔한 매장 내부
메뉴 가격
착한 가격의 메뉴 구성

수원 맛집 탐방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에는 또 어떤 숨겨진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

버팔로 윙
새콤한 맛이 매력적인 버팔로 윙
테이블 세팅
간단하지만 정갈한 테이블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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