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새벽, 갯벌의 향기가 실려오는 듯한 몽롱한 기운을 느끼며 눈을 떴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태안,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한 음식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다. 며칠 전부터 게국지, 게국지 노래를 불렀더니,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친구 녀석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굽이굽이 이어지는 해안 도로의 풍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갯벌이 어우러진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곳은 태안 동부시장 근처에 자리 잡은 “원조뚝배기식당”이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건물, 그 위에 걸린 간판에는 ‘원조 게국지’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겉모습만 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미 여러 방송 매체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한 곳이라더니, 역시나 식당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는 식당 바로 앞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니 편리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외관을 천천히 둘러봤다. 벽면에는 수많은 방송 출연 사진과 유명인들의 사인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건물 외벽에 크게 걸린 “맛있는 녀석들” 출연 사진이었다. 나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인데, 과연 어떤 맛을 선보였을지 더욱 궁금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테이블은 입식으로 바뀌어 있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만 있었던 것 같은데,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바꾼 듯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표 메뉴인 게국지였다. 2인분에 4만원, 3인분에 5만 5천원, 4인분에 7만원으로 가격은 관광지 물가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었다. 게국지 외에도 우럭젓국, 꽃게탕, 갈치조림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게국지 2인분과 함께,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주문 후,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어리굴젓, 새우장, 간장게장, 김치 등 푸짐한 구성에 깜짝 놀랐다. 특히 간장게장은 기본 반찬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간장게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갈로 담근 김치는 깊은 맛이 느껴졌고, 신선한 맛이 살아있는 간장게장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게국지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꽃게, 새우, 굴, 배추, 청양고추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일반적인 게국지와는 달리, 붉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맑은 국물이라는 점이 독특했다. 마치 맑은 탕처럼 보이는 게국지에서는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향이 느껴졌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꽃게와 해산물의 향긋한 풍미가 코를 자극했다. 뽀얀 국물이 끓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눈꽃이 피어나는 듯 아름다웠다. 국자로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정말이지 지금까지 먹어본 게국지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꽃게와 각종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과, 배추의 달콤함, 그리고 청양고추의 칼칼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맑은 국물 덕분에 해산물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꽃게 살도 어찌나 실한지, 젓가락으로 살만 발라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탱글탱글한 굴과 새우 역시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특히 게국지에 들어간 배추는, 국물 맛을 더욱 시원하고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숨은 공신이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배추의 식감도 훌륭했다. 밥 위에 배추와 갈치속젓을 함께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게국지를 먹는 중간중간, 밑반찬으로 나온 간장게장도 맛보았다. 짜지 않고 신선한 간장게장은, 게국지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특히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은, 정말이지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간장게장 외에도 어리굴젓, 새우장 등 다양한 밑반찬들이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서,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게국지와 함께 주문한 제육볶음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매콤달콤한 양념에 볶아진 제육볶음은, 밥반찬으로도 좋았고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특히 돼지고기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서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게국지의 시원한 국물과 제육볶음의 매콤함이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최고의 조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어, 누룽지를 추가로 주문했다. 뜨끈한 누룽지에 김치를 올려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한국 사람에게는 숭늉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벽면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잘 먹었습니다”라는 손님들의 감사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그중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사인도 있었다. 계산을 해주시던 사장님은 정말 친절하셨다. 인사를 건네자,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원조뚝배기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의 여정을 되돌아봤다. 태안의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게국지를 맛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특히 원조뚝배기식당에서 맛본 맑은 게국지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도 태안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러서 그 맛을 느껴보고 싶다.
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방문했을 때는 겨울이 아니라서 개불을 맛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겨울에만 판매하는 계절 메뉴라고 하니, 다음에는 꼭 겨울에 방문해서 개불과 함께 게국지를 즐겨봐야겠다. 그리고 또 다른 메뉴인 벤댕이조림도 궁금하다.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태안에서의 맛있는 추억을 가슴에 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원조뚝배기식당 총평:
* 맛: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게국지. 해산물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간장게장도 훌륭하다.
* 가격: 관광지 물가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
* 분위기: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
* 서비스: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친절하다.
* 재방문 의사: 있음. 다음에는 겨울에 방문해서 개불과 함께 게국지를 즐겨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