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서대문, 추억을 안주 삼아 기울이는 한 잔 – 미동식당에서 맛보는 숨겨진 일식 맛집

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서소문 아파트 상가로 향했다. 낡은 아파트 단지, 그 시간을 머금은 듯한 외관은 홍콩의 익청빌딩을 떠올리게 했다. 묘하게 겹쳐지는 이국의 풍경 위로, 오늘의 목적지인 ‘미동식당’의 따스한 불빛이 나를 맞이했다. 마치 만화 속 심야 식당처럼,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공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복잡했던 머릿속은 잔잔한 평온으로 채워졌다.

미동식당 외부 모습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서소문 아파트 상가, 그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 미동식당.

내부는 아담했다. 테이블 몇 개와 바 자리가 전부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하게 떨어져 있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이미 만석. 역시, 숨겨진 맛집은 다들 알아본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한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오키나와 생맥주와 깔끔한 일식의 조화가 기대감을 높였다.

드디어 자리에 앉아 오키나와 생맥주를 주문했다. 황금빛 액체가 찰랑이는 순간, 갈증과 함께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투명한 잔 너머로 보이는 은은한 조명이, 맥주의 청량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첫 모금을 들이켜니, 부드러운 거품과 함께 은은한 꽃향기가 입안 가득 퍼졌다. 쌉쌀하면서도 청량한 맛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곳의 매력은 오마카세 스타일로 제공되는 안주에 있다. 인당 1만원에 1인 1주류 주문이 필수인데, 셰프님의 손길을 거친 특별한 요리가 2인 기준 3가지, 3인 기준 4가지 코스로 제공된다.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하는 설렘은, 마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았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숙성회. 윤기가 흐르는 붉은 빛깔의 참돔과 연어, 그리고 흰 살 생선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처럼, 두툼하게 썰린 숙성회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곁들여 나온 앙증맞은 알밥과 김은, 숙성회를 초밥처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센스였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숙성회, 고등어 찜, 돼지고기 생강 볶음

김 위에 알밥을 올리고, 숙성회 한 점을 얹어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숙성회의 풍미와 톡톡 터지는 알밥의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신선한 회의 감칠맛과 짭짤한 알밥, 고소한 김의 조합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숙성회 자체도 훌륭했지만, 김과 알밥을 곁들여 먹으니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고등어 찜이었다. 겉은 노릇하게 구워지고, 속은 촉촉하게 유지된 고등어는 비린 맛없이 고소하고 기름진 풍미가 일품이었다. 셰프 특제 생강 소스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간장 베이스의 소스는, 고등어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함께 나온 파와 깨를 곁들여 먹으니, 향긋함까지 더해져 완벽한 맛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메뉴는 돼지고기 생강 볶음이었다. 얇게 썰린 돼지고기를 생강, 양파, 간장 등과 함께 볶아낸 요리는, 달콤 짭짤한 맛과 은은한 생강 향이 매력적이었다. 돼지고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아삭한 양파의 조화도 훌륭했다. 특히 생강의 알싸한 향은,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고등어 찜

음식 하나하나에 셰프의 정성이 느껴졌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섬세한 조리법이 인상적이었다. 1인당 1만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퀄리티였다. 양은 딱 적당했다. 과하게 배부르지 않으면서도, 부족함 없이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미동식당은 저녁에는 훌륭한 이자카야이지만, 점심에는 덮밥을 판매한다. 특히 유케동(육회덮밥)과 명란마요 덮밥은 점심시간에 큰 인기를 끄는 메뉴라고 한다. 육회덮밥은 간장 베이스의 특제 소스로 맛을 내어,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자랑한다고 한다. 명란마요 덮밥 또한,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다음에는 점심시간에 방문하여 덮밥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 수가 적어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술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또한 따뜻한 국물 요리가 없다는 점도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음식의 맛과 분위기로 충분히 상쇄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서소문 아파트 상가의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은은하게 빛나는 미동식당의 간판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따뜻함을 선사했다.

오리온 생맥주와 안주의 조화

미동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낭만이 깃든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는,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혼자 조용히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을 때, 혹은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미동식당은 언제나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서대문에서 만난 이 작은 심야 식당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의 아지트가 되어줄 것 같다.

오리온 생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신선한 숙성회
돼지고기 생강 볶음과 맛있는 안주들
다양한 안주와 술
미동식당 간판
김과 알밥에 숙성회를 곁들여 먹는 모습
미동식당 내부 모습
미동식당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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