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문득 고향의 따스함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푸성귀 가득한 쌈밥. 싱싱한 채소에 갓 지은 쌀밥, 매콤한 제육볶음을 싸서 입 안 가득 넣으면, 잃어버렸던 입맛도 돌아오고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풍족해지는 기분이다. 오늘은 그런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예천에서 소문난 맛집, ‘농가쌈밥’으로 향했다.
낯선 듯 익숙한 풍경 속으로 차를 몰아,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다. ‘윤훈식 농가쌈밥’이라는 정갈한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 식당 앞에 너른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평일 늦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겹게 놓여 있는 풍경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쌈을 싸 먹기 좋게 넉넉한 크기로 잘린 싱싱한 채소들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쌈 채소의 푸릇한 색감이 식욕을 자극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쌈밥, 제육볶음, 쭈꾸미볶음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가장 기본인 제육쌈밥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를 보면 한눈에 보이는 것은 푸짐한 쌈 채소다. 상추, 깻잎, 배추 등 다양한 종류의 채소가 싱싱함을 뽐내고 있었다. 쌈 채소의 종류가 다양해서 질릴 틈 없이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4가지 종류의 반찬도 빼놓을 수 없다. 가지나물, 고사리나물, 미역줄기볶음, 오이무침.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은, 짜지도 맵지도 않은 딱 알맞은 간으로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특히 가지나물은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향이 일품이었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우렁쌈장도 쌈밥의 풍미를 더했다. 된장찌개는 구수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고, 우렁쌈장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우렁이 덩어리째 얹어져 나오는 우렁쌈장은 다른 쌈밥집에서는 보기 힘든 ‘농가쌈밥’만의 매력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육볶음이 등장했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돼지고기는 윤기가 좔좔 흘렀다. 불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제육볶음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고기가 얇은 편이라는 후기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딱 좋았다.
쌈 채소 위에 밥 한 숟갈, 제육볶음 한 점, 그리고 우렁쌈장을 살짝 올려 크게 한 쌈 싸서 입안에 넣었다. 신선한 쌈 채소의 아삭함, 쌀밥의 달콤함, 제육볶음의 매콤함, 그리고 우렁쌈장의 고소함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선사했다.
어느새 쌈밥 한 상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고향을 떠나오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은 외국인이셨지만,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몇몇 리뷰에서는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다시 한번 ‘농가쌈밥’ 간판을 올려다봤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맛있는 쌈밥 덕분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 문득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식당 안 화장실로 향했는데, 여자 화장실 문고리가 고장 나 줄로 묶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루빨리 수리되기를 바란다.
‘농가쌈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정과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싱싱한 쌈 채소와 푸짐한 인심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예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한 끼 식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리뷰에서 언급된 불친절함에 대한 우려, 그리고 화장실 문고리 고장 등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농가쌈밥’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신선한 재료,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은, 나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농가쌈밥’에서의 따뜻한 한 끼 식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