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미식 여행. 오늘은 왠지 꼬막이 당기는 날이다. 싱싱한 꼬막을 한 상 가득 맛볼 수 있다는 앞산 빨래터 근처의 “김경희 벌교 꼬막정식”으로 향했다. 혼밥 레벨이 만렙인 나에게, 이 정도 맛집 탐방은 식은 죽 먹기!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치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 뜨끈한 국물에 꼬막 한 점이 간절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출발했지만, 역시 맛집은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건물 뒤편에 겨우 3~4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 주변을 몇 바퀴 돌다가,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차 덕분에 간신히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는 조금 아쉬웠지만, 맛있는 꼬막을 먹을 생각에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
식당 문을 열자, 꼬막 특유의 향긋한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잘 찾아왔다!”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내부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식당은 깔끔하고 청결했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있는지 여쭤보니, 다행히 창가 쪽 2인 테이블로 안내해주셨다. 혼자 왔지만,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혼밥러들에게 이만큼 좋은 환경이 또 있을까?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꼬막 정식 전문점답게 다양한 꼬막 요리가 눈에 띄었다. 삶은 꼬막, 구운 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꼬막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는 ‘새꼬막정식(1인 15,000원)’을 주문했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이 혼밥러에게는 최고의 장점!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꼬막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에는 2015년 10월 30일에 MBC 징검다리 방송에 나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호박죽이 먼저 나왔다. 은은한 단맛이 빈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느낌. 차가운 바람을 뚫고 오느라 살짝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반찬 가짓수가 꽤 많았다. 윤기가 흐르는 콩나물 무침, 젓갈 향이 감칠맛을 돋우는 김치, 꼬시래기 무침, 어묵볶음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은이버섯! 뽀얀 자태를 뽐내는 은이버섯은 처음 먹어봤는데,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단호박 튀김은 갓 튀겨져 나와 따뜻하고 바삭했다. 달콤한 단호박과 바삭한 튀김옷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드디어 메인 요리인 꼬막들이 등장했다. 먼저 삶은 꼬막! 꼬막 껍데기를 까는 도구와 함께 나왔는데, 직원분께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시며 꼬막 까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꼬막을 깔 수 있었다. 꼬막을 하나하나 까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삶은 꼬막은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좋았다. 신선한 꼬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다음은 구운 꼬막! 은박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막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구운 꼬막은 삶은 꼬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쫄깃한 식감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훈연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꼬막 껍데기에서 흘러나온 꼬막 육즙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했다.

꼬막무침은 새콤달콤한 양념이 꼬막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아삭아삭한 채소와 쫄깃한 꼬막의 조화가 훌륭했다. 꼬막 자체가 신선해서 그런지, 살짝 비릿한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꼬막무침은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꼬막전! 얇게 부쳐진 꼬막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꼬막이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맛도 좋았다. 꼬막전은 간장에 찍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꼬막 요리들을 하나씩 맛보는 동안, 밥과 된장찌개가 나왔다.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된장찌개 냄새가 정말 좋았다. 구수한 된장 향과 칼칼한 청양고추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된장찌개 안에는 두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다. 진짜 된장찌개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꼬막을 먹다가 살짝 느끼할 때쯤 된장찌개를 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함께 나온 김 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밥을 비벼 꼬막무침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꼬막무침의 매콤함과 김 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정신없이 꼬막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꼬막 양이 정말 많아서 배가 불렀지만, 왠지 남기면 후회할 것 같아 꼬막 한 점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정말 꼬막으로 배를 채운 날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 옆에 놓인 식혜를 마셨다. 직접 만든 식혜인지, 시판 식혜와는 다른 깊은 맛이 느껴졌다. 달콤한 식혜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김경희 벌교 꼬막정식”에서의 혼밥은 대성공이었다. 신선한 꼬막을 다양한 요리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밑반찬도 하나하나 맛있었고, 특히 된장찌개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혼자 와도 전혀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 또한 마음에 들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꼬막 정식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점. 하지만 꼬막의 양과 퀄리티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앞산 빨래터 해넘이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배부르게 꼬막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니 정말 행복했다. 혼자 떠난 미식 여행이었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꼬막을 정말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김경희 벌교 꼬막정식”은 가족 외식 장소로도 좋을 것 같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꼬막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