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문득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이 간절해졌다. 담양으로 향하는 길, 창밖 풍경은 어느덧 완연한 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푸릇한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듯 솟아오르고,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담양은 예로부터 추어탕으로 유명한 곳이라, 장성 인근에도 저마다 특색을 자랑하는 추어탕 전문점들이 즐비하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은하정은 친절한 서비스와 깊은 맛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 은하정만의 특별한 추어탕 맛은 과연 어떨까, 기대감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으로 들어서기 전, 은하정의 주변 풍경에 먼저 마음을 빼앗겼다. 드넓은 정원에는 아담한 연못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맑은 물에 비친 하늘과 주변 나무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연못 주변으로는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어,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 덕분에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마치 봄 소풍을 온 듯한 기분으로, 나 역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추어탕 외에도 닭볶음탕, 오리 주물럭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오늘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 은하정의 추어탕이었다. 깊고 진한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깍두기 하나 올려 먹는 상상을 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추어탕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정갈하게 놓인 테이블과 의자는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 한쪽에는 은하정의 역사와 추어탕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글귀들이 걸려 있었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어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추어탕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짙은 갈색 국물 위에는 송송 썰린 파와 다진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깻잎 향이 은은하게 풍겨져 나왔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넣어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약간 짭짤한 듯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국물은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 후루룩 떠먹으니, 뱃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깍두기, 콩나물무침, 김치 등 정갈한 밑반찬들도 추어탕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추어탕 한 입, 깍두기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쉴 새 없이 숟가락질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은하정의 추어탕은 남원 새집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추어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어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신 듯한 푸근하고 정겨운 맛이라고 할까. 한 끼 식사였지만, 단순한 음식 이상의 따뜻한 위로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정원을 거닐었다. 연못에 비친 햇살은 더욱 따스하게 느껴졌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는 더욱 청량하게 들렸다. 은하정은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정원에 머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는 인자한 미소를 지닌 여사장님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물음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어요.”라고 답했다.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은하정에서 나와 다시 담양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따뜻한 추어탕 한 그릇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은하정은 단순한 맛집이 아닌, 추억과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담양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은하정에서 맛보는 추어탕은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벚꽃은 더욱 화려하게 흩날리고, 햇살은 더욱 따스하게 쏟아졌다. 은하정에서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는 따뜻한 온기가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았다.
닭볶음탕을 맛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얼큰하고 매콤한 닭볶음탕에 볶음밥까지 곁들이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꼭 닭볶음탕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은하정과의 짧았던 만남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