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았던 경양식 레스토랑의 향수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목적지는 바로 조치원에서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맛집, 돈스였다. 돈까스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건,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추억과 감성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토요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돈스 앞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11시 오픈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왔음에도, 내 앞에 이미 열 명이나 대기 중이었다. ‘역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기는 여전하구나’ 생각하며 웨이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게 앞에서 서성이며 흘끗 보이는 내부 풍경은,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기다리는 동안 돈스 외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베이지색 벽돌로 지어진 2층 건물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낡은 듯하지만 정감 있는 간판에는 “돈까스 스파게티 전문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초록색 레이스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내부 모습은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4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익숙한 돈까스 냄새가 풍겨왔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활기 넘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테이블에 놓인 노란색 종이 매트와 은색 식기, 그리고 테이블마다 놓인 크림 스프 그릇은 어릴 적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돈까스, 치즈돈까스, 돈파게티, 낙지덮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하다가, 돈스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치즈돈까스와 돈파게티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크림 스프가 나왔다. 후추가 살짝 뿌려진 스프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어린 시절, 돈까스를 먹기 전 늘 스프를 두 그릇씩 비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치즈돈까스가 나왔다. 큼지막한 돈까스 위에 최고급 임실치즈가 마치 눈처럼 소복하게 덮여 있었다. 곁들여진 샐러드와 콘샐러드, 마카로니 샐러드는 푸짐함을 더했다.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 그리고 고소한 치즈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돈스만의 비법 소스는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를 더했다. 밥 대신 제공되는 주먹밥 두 덩이도 앙증맞았다.
돈파게티는 돈까스와 스파게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였다. 돈까스 아래에는 매콤한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가 깔려 있었다. 돈까스를 먹고,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말아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매콤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색다른 조합이었지만,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돈스 내부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했다. 크리스마스 장식, 아기자기한 인형, 화분 등이 놓여 있었고, 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낙서들이 가득했다.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낡은 사진들이었다. 20년 전 돈스의 모습부터, 사장님의 젊은 시절 사진까지, 돈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돈스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다. 특히,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젊은 여성 직원은 손님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와 함께 온 손님에게는 아이용 식기와 포크, 스푼을 따로 가져다주었고, 음식을 남긴 손님에게는 “양이 많으셨나 봐요. 다음에 오시면 양을 조금 줄여드릴까요?”라며 친절하게 물었다.

돈스는 가격 대비 양이 푸짐하기로도 유명하다. 여성 혼자서 돈까스 한 접시를 다 먹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남기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결국, 배가 터질 듯 불렀지만, 돈까스와 스파게티를 깨끗하게 비웠다. 아쉽게도, 예전에는 제공되었던 후식은 이제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음료를 추가로 주문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께서 직접 계산대 앞에 서 계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사장님의 질문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맛이었어요.”라고 답했다.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오랜만에 오셨나 보네요. 앞으로도 변치 않는 맛으로 손님들을 맞이할게요.”라고 말씀하셨다.
돈스를 나서면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어린 시절 추억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감동이었다. 비록 웨이팅 시간이 길고,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다시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었다.

돈스는 단순한 돈까스 집이 아닌, 추억과 감성을 파는 곳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곳이었다. 조치원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돈스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돈스를 방문하기 전 몇 가지 팁!
* 주말에는 웨이팅이 필수이므로,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거나,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오픈 시간: 평일, 주말 모두 11시)
*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성결교회 옆 나눔주차장을 이용하거나, 골목에 주차해야 한다.
* 평일에는 전화 예약을 받는다고 하니,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말, 공휴일은 예약 불가)
* 양이 푸짐하므로, 여성 혼자서는 돈까스 한 접시를 다 먹기 힘들 수 있다.
* 후식은 더 이상 제공되지 않으므로, 음료를 추가로 주문해야 한다.
돈스에서 맛있는 돈까스를 먹고, 조치원 거리를 걸으며, 옛 추억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