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대화공단. 삭막한 공장들의 불빛만이 간간이 새어 나오는 이 곳에, 뜻밖의 맛집이 숨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름 냄새와 쇠 깎는 소리가 섞인 공기, 그 틈바구니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곱창전골의 온기를 상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처럼, 설렘과 기대가 가슴 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이윽고 낡은 간판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왕손곱창’이라는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듯한 곱창전골 특유의 깊고 진한 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었지만, 그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활기 덕분에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는데, 저마다의 추억과 감사를 담은 글귀들이 정겹게 다가왔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 이것이 바로 노포의 매력일까.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곱창전골, 곱창볶음, 염통구이, 순대… 하나하나 눈길을 사로잡는 메뉴들. 고민 끝에 대표 메뉴인 곱창전골과 순대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푸짐한 곱창전골 냄비가 놓였다. 붉은 양념 속에 잠겨있는 곱창과 채소들, 그 위를 수북하게 덮은 깻잎과 쑥갓의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이미지 속 냄비처럼, 뭉근하게 끓어오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전골, 붉은 국물이 춤을 추듯 일렁이는 모습에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국자로 국물을 떠서 맛을 보니, 깊고 진한 감칠맛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매운맛, 텁텁함 없이 개운한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접하는 달달한 곱창전골과는 차원이 다른,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곱창은 잡내 없이 야들야들했고, 씹을수록 고소한 곱이 입 안에서 터져 나왔다. 뉴질랜드산 곱창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 퀄리티가 뛰어났다. 국물에 푹 스며든 깻잎과 쑥갓은 향긋함을 더하며 곱창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방아잎 특유의 향긋함은 잊을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함께 주문한 순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직접 만든다는 대창 순대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찹쌀과 야채, 고기가 어우러진 순대 소는 풍성한 식감을 자랑했고,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풍미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순대와 함께 제공되는 김치와 생마늘을 곁들여 상추에 싸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염통구이를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방문 때는 꼭 염통구이를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어느덧 전골 냄비는 바닥을 드러내고, 테이블 위에는 빈 그릇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곱창전골의 화룡점정, 바로 볶음밥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국물에 밥과 김치, 채소를 넣고 볶아낸 볶음밥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었다. 꼬들꼬들한 밥알 사이로 스며든 곱창전골의 깊은 풍미, 김치의 아삭한 식감, 그리고 김가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볶음밥 한 숟갈, 또 한 숟갈… 멈출 수 없는 맛에 정신없이 숟가락을 놀렸다. 결국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서야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밖은 여전히 어둡고 삭막한 공단이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미소 덕분에 잊지 못할 대전의 한 끼 식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왕손곱창은 단순히 맛있는 곱창전골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팍팍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간, 고된 하루를 잊고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소중한 장소였다. 공단 노동자들의 든든한 저녁 식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술 한 잔, 가족들과의 행복한 외식… 왕손곱창은 그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소중한 추억의 공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곱창전골의 진한 여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 맛보지 못했던 염통구이와 곱창볶음을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따뜻한 온기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대전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왕손곱창에 들러 곱창전골의 참맛을 느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왕손곱창,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대화공단의 밤을 따스하게 밝히는 작은 등불과 같은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