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귓가를 간질이는 파도 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포항 쌍용사거리, 그 이름만으로도 싱싱한 해산물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듯한 ‘해물대장’으로 향했다. 늦은 밤 11시, 북적이는 인파는 없었지만,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은 나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듯했다. 굳이 주차장을 찾을 필요 없이, 매장 근처 도로변에 차를 대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활기찬 기운이 감돌았다. 적당한 소음은 오히려 편안함을 주었고, 친절한 직원들의 미소는 낯선 곳에서 느끼는 약간의 불안감을 씻어주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테이블 위로 하나 둘씩 차려지는 밑반찬들은, 마치 바다의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과 9, 10에서 볼 수 있듯, 기본으로 제공되는 반찬들의 가짓수는 놀라울 정도였다. 윤기가 흐르는 간장게장, 바삭한 튀김, 짭짤한 해초 무침, 매콤한 볶음김치…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음식들은,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부터 나의 미각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금빛으로 튀겨진 가자미 구이는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향을 풍기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시 후, 지인의 추천으로 주문한 대방어와 대게 세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접시 위에 붉은 빛깔을 뽐내는 대게와, 눈처럼 하얀 대방어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을 보면 선명한 색감과 신선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방어 한 점을 조심스레 들어 입안에 넣으니, 부드러운 살결이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풍부한 기름기는 입안 가득 고소함을 선사했고, 신선한 바다 향은 코끝을 간지럽혔다. 함께 나온 묵은지에 싸서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더해져, 그 풍미는 더욱 깊어졌다.
대게는 또 어떠한가. 껍질 속 꽉 들어찬 살들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섬세한 결을 따라 부드럽게 찢어지는 게살을, 입안 가득 넣고 음미하니,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회를 즐기는 동안, 기본으로 제공되는 해신탕이 따뜻하게 끓기 시작했다. 뽀얀 국물 위로 솟아오른 김은, 깊고 진한 향기를 뿜어내며 나의 후각을 자극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해신탕 안에는 닭고기, 해산물, 그리고 각종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 한 모금을 떠 마시니,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닭고기의 담백함과 해산물의 시원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술안주로도,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쫄깃한 낙지 다리는 씹는 재미를 더했고, 부드러운 닭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새로운 맛에 대한 갈망으로, 꽃새우회를 추가로 주문했다. 투명한 빛깔을 뽐내는 꽃새우는,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했다. 을 보면 얇게 저며진 꽃새우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꽃새우 한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니,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톡톡 터지는 알의 식감은 즐거움을 더했고, 신선한 새우의 향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흥겨움이 더해갈 무렵, 얼큰한 홍게 라면이 등장했다. 붉은 홍게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라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면발을 후루룩 삼키니,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홍게의 풍미가 더해진 라면은, 그 어떤 고급 요리보다도 훌륭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포항 지역명의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해물대장’에서의 맛집 경험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다만, 회식으로 방문했을 때는 가격 대비 양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싱한 해산물의 퀄리티는 훌륭했지만, 양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산낙지의 신선도가 조금 떨어지는 부분도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성게알의 가격이 100g당 2만원이라는 점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해물대장’은 싱싱한 해산물과 푸짐한 밑반찬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다양한 해산물을 맛보고 싶거나, 포항 여행 중 특별한 포항의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다음에는 좀 더 밝은 분위기에서, 더욱 풍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나는 다시 포항의 밤거리를 걸었다.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오늘 밤, 나는 포항의 바다를, 그리고 ‘해물대장’의 맛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