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낡은 지도 앱을 켜고 좁은 골목길을 헤맸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닭 육수 라멘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동명동의 작은 라멘집 “쿠로시로”였다. 간판조차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지만, 왠지 모를 이끌림에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건물 외관에 “くろしろ”라고 적힌 간판이 작고 간결하게 빛나고 있었다. 일본어로 검은색과 흰색을 의미하는 상호명처럼, 가게는 수수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4인 테이블 하나와 2인 테이블 하나, 그리고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이 전부였다. 12시가 되자마자 도착했음에도 이미 바 테이블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빈자리가 하나 있어 망설임 없이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봤다. 토리파이탄, 쇼유, 카라이 등 다양한 라멘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라멘 전문점답게, 메뉴 하나하나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듯했다. 고민 끝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한다는 토리파이탄을 주문했다.
주문은 입구 옆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하면 된다. 마치 일본의 작은 라멘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 주문한 토리파이탄이 눈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에 차슈와 닭가슴살, 그리고 채 썬 파가 정갈하게 올려져 있었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봤다. 진한 닭 육수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일본식 삼계탕을 먹는 듯한 깊고 깔끔한 맛이었다. 돈코츠 라멘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면은 가늘고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자, 뽀얀 국물이 면에 촉촉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한 입 맛보니, 면과 국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얇은 면은 닭 육수의 풍미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차슈는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없고,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닭가슴살 또한 퍽퍽하지 않고 촉촉했다.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듯,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나온 김치는 라멘과의 궁합이 훌륭했다.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라멘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쿠로시로의 김치는 직접 담근다고 한다.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바 테이블에는 매운 소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라멘을 어느 정도 먹다가 매운 소스를 넣어봤다. 처음에는 매운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점점 얼큰한 맛이 올라왔다. 마치 국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넣어보길 추천한다.
면은 1인당 1회 리필이 가능하다. 면의 양이 부족하다면, 부담 없이 리필을 요청하면 된다. 리필 면은 처음 나온 면보다 약간 덜 익혀져 나온다고 한다. 꼬들꼬들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만족할 것이다.
토리파이탄과 함께 치킨 라이스도 주문했다. 닭가슴살과 마늘 튀김이 올려져 있는 덮밥이었다. 닭가슴살은 부드러웠고, 마늘 튀김은 바삭했다. 하지만 토리파이탄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쿠로시로는 닭 육수 라멘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돈코츠 라멘이 흔한 요즘, 닭 육수 라멘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진하고 깔끔한 국물, 부드러운 면, 촉촉한 차슈와 닭가슴살, 그리고 정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마치 일본의 작은 라멘집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가 협소하다는 것이다. 테이블이 몇 개 없어 웨이팅이 필수다. 특히 주말에는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해도 만석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회전율이 빠른 편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쿠로시로의 직원들은 친절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딱히 불친절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음식을 빠르게 가져다주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제공했다.
쿠로시로는 광주에서 맛보는 최고의 라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닭 육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맛집이다. 웨이팅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밖은 여전히 어스름했지만,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쿠로시로에서의 한 끼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작은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다음에 광주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 때는 쇼유 라멘에 도전해 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문득 종로의 오레노라멘이 떠올랐다. 쿠로시로의 토리파이탄은 오레노라멘과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가격 또한 착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쿠로시로의 라멘은 면과 국물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돼지 잡내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면과 국물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가게 위치는 아시아문화전당 근처다.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갓길 주차나 지하상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편리할 것이다.
쿠로시로에서는 면 추가가 무료다. 하지만 면의 양이 워낙 많아서, 추가하지 않아도 충분히 배부르다. 면 추가를 원한다면, 0.5인분 또는 1인분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토리파이탄 외에도 카라이 라멘도 인기가 많다. 매운 양념을 넣어 먹으면 더욱 얼큰하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라이 라멘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쿠로시로는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라멘집이다. 하지만 국물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절되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일본 현지의 라멘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쿠로시로는 최근 먹은 라멘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닭 육수의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면, 그리고 정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광주에 방문한다면, 반드시 쿠로시로에 들러 인생 라멘을 맛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광주 동명동 골목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쿠로시로. 그곳에서 맛본 토리파이탄의 깊은 여운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있는 라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총점: 5/5
한줄평: 광주에서 맛보는 인생 라멘, 닭 육수의 깊은 풍미에 감동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