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용산역에 내리자마자, 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더라. 어디 맛있는 거 없나, 슬슬 배도 고파오고… 친구한테 톡 보내 “야, 용산 근처에 뭐 괜찮은 데 없어?” 했더니 바로 “밤, 노을”이라는 답장이 왔어. 이름부터 뭔가 감성적인 게 끌리잖아? 망설일 틈도 없이 바로 택시 잡아 탔지.
가게 앞에 도착하니까, 생각보다 더 분위기 있더라고.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비추는 외관이, 퇴근 후의 나른함을 사르르 녹여주는 것 같았어. 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였다니, 들어가기 전부터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기분 좋은 나무 향과 함께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어. 초저녁이라 그런지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오히려 난 그게 더 좋았어. 북적거리는 것보단, 이렇게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혼술 하는 걸 즐기거든.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카운터 자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갔지. 역시, 창가 쪽에 자리를 잡으니 바로 눈앞에 기찻길이 펼쳐지는 거야!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철커덕거리는 소리가, 묘하게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거 있지? 이런 분위기, 정말 오랜만이야.
메뉴판을 펼쳐보니, 숙성회가 메인인 것 같더라고. 1인 숙성회도 있어서 부담 없이 시킬 수 있었어. 숙성회 말고도 가리비술찜, 뿔소라찜 같은 해산물 메뉴들도 눈에 띄었어. 메뉴판 한켠에 와인 리스트도 있던데, 숙성회랑 와인 조합이라니, 생각만 해도 황홀하잖아? 참, 옛날 한강 라면 기계도 있더라!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라면도 하나 추가 주문했지.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숙성회가 나왔어. 사진으로 봤을 때도 비주얼이 장난 아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대박이더라. 두툼하게 썰린 회들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정말 신선해 보였어. 붉은색, 흰색, 옅은 분홍색 등, 색깔도 어찌나 곱던지! 가운데에는 앙증맞은 새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이것마저도 플레이팅의 일부처럼 느껴졌어.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회 한 점을 집어 들었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게, 숙성이 제대로 됐구나 싶었지.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환상적이었어. 숙성회 특유의 쫀득한 식감도 너무 좋았고, 신선한 바다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게, 정말 꿀맛이더라.

회 한 점, 소주 한 잔. 크… 이 맛에 혼술 하는 거 아니겠어? 기찻길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니, 세상 시름이 다 잊혀지는 기분이었어. 마침 기차가 지나가길래, 괜히 더 감성에 젖어봤지. 철커덕거리는 소리가 마치 배경음악처럼 들리더라니까.
가리비술찜도 빼놓을 수 없지. 커다란 냄비에 가득 담겨 나온 가리비찜은, 보기만 해도 배부른 느낌이었어.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한 가리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어. 국물부터 한 입 떠먹어 봤는데, 와… 진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더라. 가리비 특유의 감칠맛이 국물에 그대로 녹아 있어서, 계속 숟가락이 가는 맛이었어.

가리비 하나를 꺼내서 입에 넣으니, 쫄깃쫄깃한 식감이 너무 좋았어. 신선한 가리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단맛! 초장을 살짝 찍어 먹으니, 또 다른 풍미가 느껴지더라. 텁텁한 맛 전혀 없는 A급 초장이라고 하더니, 진짜 초장마저 맛있었어.
가리비찜에 우동사리 추가는 필수 코스잖아? 남은 국물에 우동사리를 넣고 끓여 먹으니, 이건 뭐… 말해 뭐해.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우동 면에 쏙 배어 있어서, 정말 꿀맛이었어. 면치기 하면서 후루룩 먹으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어.

옛날 감성 자극하는 한강 라면 기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은박지 그릇에 라면 넣고, 스프 넣고, 물 붓고… 보글보글 끓는 라면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꼬들꼬들하게 익은 면발을 후루룩 먹으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거 있지? 역시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어.

혼자서 숙성회에 가리비찜, 라면까지… 정말 푸짐하게 먹었네. 가격이 살짝 부담스럽긴 하지만, 맛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아. 특히 기찻길 옆에서 즐기는 숙성회는,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 용산역 근처에서 숙성회 맛집 찾는다면, “밤, 노을” 완전 강추!
아, 그리고 여기,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도 나왔던 곳이래. 난 드라마를 안 봐서 잘 모르지만, 드라마 팬이라면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아.

다 먹고 나오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더라. 가게 앞을 서성이며,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찰칵 찍었어. 다음에 또 와야지. 그땐 꼭 와인도 함께 시켜서, 분위기에 더 흠뻑 취해봐야겠어. 용산에서 인생 맛집 하나 찾은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네.

아, 그리고 여기 직원분들도 엄청 친절하셔. 혼자 온 손님인데도,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더라. 이런 사소한 서비스 하나하나가, 가게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 같아.
하지만, 솔직히 아쉬운 점도 딱 하나 있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들이 많아져서, 조금 시끄러워지더라고. 중요한 손님 모시고 갈 자리로는 살짝 부적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뭐,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가 모든 걸 커버하니까!

집에 돌아오는 길, 괜히 센치해져서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왔잖아. 오늘 하루, 정말 완벽했다. 맛있는 음식, 낭만적인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밤, 노을”. 용산 맛집 찾는 친구들한테 무조건 추천해야지. 서울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없을 것 같아. 다음에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