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가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가을바람이 실어온 흙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단풍 구경은 잠시 미뤄두고, 오늘은 왠지 힘이 솟는 장어가 먹고 싶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역시 내 마음대로 일정을 짤 수 있다는 것! 선운사 근처에 장어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장 핸들을 돌렸다. 혼밥은 언제나 설레면서도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향한 나의 열정은 그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게 만든다. 오늘 나의 혼밥 레이더망에 걸린 곳은 바로 “선운사숯불장어”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이 눈에 띄었다. 역시, 단체 손님이 많은 곳인가? 혼자 온 내가 괜히 주눅 들 필요는 없겠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넓은 홀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하고, 다행히 카운터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혼자 온 손님을 배려하는 듯한 분위기에 안심하며,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역시, 오늘도 혼밥 성공!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메인은 숯불장어구이였다. 1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여쭤보니, 흔쾌히 가능하다고 한다. 가격은 다른 장어집들과 비슷한 수준. 숯불장어 1인분을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테이블마다 놓인 숯불 화로가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곧 내 앞에 놓일 장어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 둘씩 테이블 위에 놓이기 시작했다. 깻잎 장아찌, 갓김치, 묵은지, 샐러드 등 푸짐한 구성에 감탄했다. 특히 갓김치는 전라도 특유의 깊은 맛이 느껴졌고, 묵은지는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장어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숯불장어가 등장했다.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겉은 노릇노릇,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장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장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더욱 깊은 맛을 내는 듯했다.
장어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깻잎 장아찌나 갓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깻잎 장아찌의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맛과 장어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고, 갓김치의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은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먹게 만들었다.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장어를 음미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선운사의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만끽했다.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어느새 장어 한 마리를 뚝딱 해치웠다. 왠지 아쉬운 마음에, 식사 메뉴를 하나 더 주문하기로 했다. 장어탕과 장어덮밥 중에서 고민하다가, 오늘은 왠지 뜨끈한 국물이 당겨 장어탕을 선택했다.
잠시 후, 뚝배기에 담긴 장어탕이 나왔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숟가락으로 휘저으니, 잘게 찢은 장어 살과 함께 시래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 한 모금을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밥 한 공기를 말아 후루룩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에 활력이 넘치는 듯했다. 역시 장어는 최고의 보양식이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며,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운사숯불장어, 혼자 밥 먹기에도 부담 없고, 맛도 괜찮은 곳이었다. 다만, 단체 손님이 많을 때는 조금 어수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맛있는 장어와 푸짐한 밑반찬은 그런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만했다.
오늘도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선운사의 가을 풍경과 함께 즐긴 장어 한 상,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다음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길을 걸으며, 맛있는 장어를 먹어야지. 오늘도 혼밥 성공! 그리고, 선운사숯불장어 맛집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