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서면의 번화한 거리를 벗어나 전포동 골목길을 헤매듯 걸었다. 7분 남짓 걸었을까,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아담한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모루식당’. 작은 나무 간판에 정갈하게 쓰여진 이름이 발길을 붙잡았다. 낡은 타일 벽에 걸린 램프는 따뜻한 빛을 드리우고, 그 아래 작은 칠판에는 분필로 꾹꾹 눌러쓴 메뉴가 적혀 있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듯한 설렘을 안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은은한 카레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아담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테이블은 열 개 남짓, 혼자 조용히 식사를 즐기기에도, 둘셋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아 보였다. 벽에 걸린 낡은 시계와 빛바랜 거울, 드문드문 놓인 작은 소품들이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장의 백열전구는 은은하게 빛을 뿜어내며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었다.

자리에 앉자 친절한 사장님께서 메뉴판을 건네주셨다. 메뉴는 단촐했다. 카레 전문점답게 다양한 종류의 카레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반카레’였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새우크림카레와 그날의 특선카레를 반반씩 맛볼 수 있는 반반카레를 주문했다. 곁들임 메뉴로 갓 튀겨져 나온다는 고로케도 함께였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반카레가 눈 앞에 놓였다. 흰 쌀밥 위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두 종류의 카레가 나란히 담겨 있었다. 한쪽은 부드러운 크림색의 새우크림카레, 다른 한쪽은 깊고 진한 색깔의 쇠고기토마토카레였다. 밥 위에는 작은 토마토와 신선한 채소가 앙증맞게 올려져 있어 보기에도 좋았다.

먼저 새우크림카레를 한 입 맛보았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크림의 풍미와 은은한 새우 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벨벳처럼 매끄러운 질감은 혀를 부드럽게 감쌌고, 느끼함 없이 깔끔한 뒷맛은 입 안을 개운하게 했다.

다음으로 쇠고기토마토카레를 맛보았다. 깊고 진한 토마토의 풍미와 부드러운 쇠고기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새우크림카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쇠고기토마토카레는 묵직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두 카레 모두 수제 카레답게 향신료의 풍미가 살아있었고, 인위적인 단맛이나 느끼함 없이 깔끔했다.

카레와 함께 나온 곁들임 반찬들도 훌륭했다. 특히, 갓 튀겨져 나온 고로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고소한 감자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고로케는 카레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속은 부드럽고 촉촉해서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가게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손님들은 저마다 조용히 식사를 즐기거나,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전포동 골목길의 풍경이 펼쳐졌다. 낡은 건물들과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모루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맛과 정성이 가득했다. 친절한 사장님의 미소와 아늑한 분위기는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문득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특선카레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날의 카레를 맛보며, 전포동 골목길의 정취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모루식당은 단순한 카레집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서면, 전포동 인근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 깊은 풍미의 카레를 맛보길 추천한다. 10명 남짓 들어가는 작은 공간이기에,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