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궂은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1시쯤이었어라. 전민동에도 홍굴이칼국수집이 있다는데, 거기가 이사를 간 줄 알고 발걸음을 옮겼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이고, 잘 왔네!” 하는 반가운 인사가 귓가에 맴돌았어. 넓게 트인 공간이 답답한 마음을 씻어주는 듯했지.

메뉴판을 보니 홍굴이칼국수, 쭈꾸미덮밥, 부추전 등 반가운 이름들이 눈에 띄었어. 홍굴이칼국수에는 홍합, 오징어, 굴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마치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맑고 깊은 바다 맛 그대로였어. 면은 또 어떻고. 뽀얀 부추를 넣어 직접 반죽했다는 초록색 면발이 어찌나 쫄깃하던지,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아주 일품이었어. 면발을 한 입 가득 넣으니,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 시골 동네의 푸른 들판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지.

비 오는 날에는 역시 부추전이 빠질 수 없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부추전 한 조각을 찢어 입에 넣으니, 향긋한 부추 향이 입안 가득 퍼졌어. 쫄깃한 오징어가 씹히는 재미도 쏠쏠하고. 뜨끈한 칼국수 국물에 부추전 한 입, 크으… 이 맛이야!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비 오는 날이면 으레 구워주시던 그 맛과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지 뭐.

칼국수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볶음밥 생각이 간절해지더라. 김치가 송송 썰어져 있는 볶음밥 재료를 받아 들고, 칼국수 국물을 탕 그릇에 옮겨 담았어. 그리고는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밥을 볶기 시작했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볶음밥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잘 볶아진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어. 아삭아삭 씹히는 김치 덕분에 식감도 좋고.

옆 테이블에서는 쭈꾸미덮밥 세트를 시켜 드시던데, 깻잎이 듬뿍 올라간 쭈꾸미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야들야들하고 오동통한 쭈꾸미를 보니, 저절로 군침이 꼴깍 삼켜지더라. 쭈꾸미 덮밥을 시키면 홍합탕과 부추전도 함께 나온다니, 다음에는 꼭 쭈꾸미덮밥 세트를 먹어봐야겠어.
가게 안은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아주 깔끔했어. 가지런히 정리된 냉장고 안의 음료수들을 보니, 사장님의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지. 전에 왔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니 ‘볶음밥은 주메뉴가 아닙니다’라는 재밌는 문구가 눈에 띄더라. 김치는 먹을 만큼만 조금씩 덜어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시고.

사실, 칼국수를 처음 받았을 때는 부추가 듬뿍 들어간 비주얼을 기대했었어. 하지만 면이 부추색인 대신, 홍합이랑 오징어가 넉넉하게 들어있어서 국물이 아주 시원하더라고. 칼국수를 다 먹고 나서 볶음밥을 꼭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배가 불렀지만 볶음밥을 포기할 수는 없었지.

얼마 전에 콩국수도 먹어봤는데, 이야… 콩국수 전문점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어. 원래 콩국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 콩국수는 정말 인정! 콩국물 포장도 된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야겠어.
계산을 하려고 보니, 사장님께서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아들이 군대에 갔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어.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에, 정겨운 사장님의 인심까지 더해지니, 정말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이었지.
가게 왼편을 활짝 열어놓은 덕분에, 비 오는 날씨에도 답답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었어. 다만, 1층이라 그런지 가끔 담배 냄새가 들어오는 건 조금 아쉬웠지.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2시 30분부터 5시까지라고 하니,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한 칼국수 국물 덕분인지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 비록 엄청난 맛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동네에 있다면 점심 먹으러 자주 방문할 것 같은 그런 곳이었어. 다음에 비 오는 날, 뜨끈한 칼국수 한 그릇이 생각난다면, 주저 없이 홍굴이부추칼국수로 향해야겠어.
아, 그리고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고 하니, 차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집 칼국수는 특별한 날, 특별한 맛을 찾아 방문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들러 정겨운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마치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먹던 따뜻한 밥상처럼 말이야.

참, 가게 여사장님께서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척 누나처럼 살갑게 대해주셔서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어.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따뜻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앞으로도 자주 찾게 될 것 같아. 대전, 특히 유성구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어.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