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곳에 발을 들였다. 며칠 전부터 SNS 피드를 장식하던 한 장의 사진, 낡은 전원주택을 개조한 듯한 독특한 외관과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의 향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칠보산 자락에 숨어있다는 그곳, 청춘면가 수원본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금곡동 칠보마을, 금곡LG 4단지 아파트 뒤편으로 접어들자 나지막한 언덕길이 나타났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마치 비밀스러운 아지트처럼 숨어있는 청춘면가가 눈에 들어왔다. 낡은 벽돌과 푸른 담쟁이 덩굴이 어우러진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지만, 그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따스한 기운은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미지 속에서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렌더링 이미지처럼 완벽하게 떨어지는 요즘 감성의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과 자연스러움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북적이는 느낌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면에는 재치 있는 그림 메뉴판이 걸려 있었는데, ‘맛있닭’과 ‘맛있소’라는 익살스러운 이름이 미소를 자아냈다. 갓 제면한 면을 삶아내는 듯, 은은하게 퍼지는 밀가루 향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를 만들어냈다.
마침 토요일 주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30분 정도 웨이팅이 있었다. 테이블링 시스템이 따로 없어 포스기 옆에서 직접 번호표를 받아야 하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고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메뉴판을 정독하며 고민한 끝에, 나는 ‘맛있닭’을, 함께 간 친구는 얼큰한 ‘맵소’를 주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곳에 오기 전부터 눈여겨봤던 ‘군만두’도 잊지 않고 추가했다.
드디어 자리에 앉아 주문을 마치자, 10분도 채 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국수가 나왔다. 커다란 대접에 담긴 ‘맛있닭’은 그야말로 푸짐함의 극치였다. 숙주나물과 각종 야채가 면을 가득 덮고 있었고, 닭다리 하나가 앙증맞게 솟아 있었다. 마치 고급스러운 닭칼국수 같은 비주얼이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보니, 흑임자가 콕콕 박힌 칼국수 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쫄깃해 보이는 면발은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높여주었다. 우선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닭곰탕처럼 뽀얀 국물은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꼬꼬면 고급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국물은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보양식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함께 나온 겉절이는 언뜻 보기에도 매콤해 보였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배추는 아삭한 식감을 자랑했고, 매콤한 양념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겉절이 한 점을 국수 위에 올려 함께 먹으니, 매콤함이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면을 맛볼 차례. 흑임자 면은 생각보다 쫄깃하고 탄력이 있었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흑임자의 고소함은 면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 볶은 야채와 숙주를 함께 집어 먹으니, 아삭아삭한 식감과 불향이 어우러져 더욱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숙주는 쌀국수에서 느낄 법한 시원함을 선사했다. 닭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젓가락만으로도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되었다. 살코기만 발라 면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친구의 ‘맵소’는 ‘맛있닭’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맵다는 이름처럼, 국물은 보기만 해도 얼큰해 보였다. 한 숟가락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짬뽕 국물처럼 강렬한 매운맛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올라오는 매운맛이 땀을 뻘뻘 흘리게 만들었다. 맵소에는 소고기와 함께 쭈꾸미도 들어가 있었는데, 쫄깃한 식감이 재미를 더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군만두가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육즙이 팡 터져 나오면서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특히 맵닭이나 맵소처럼 매운 메뉴와 함께 먹으니,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면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맵찔이인 나에게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맛있때지’라는 돼지고기 튀김은 튀김옷이 조금 딱딱했고, 돼지 특유의 잡내가 살짝 느껴졌다. 물론 소스는 훌륭했지만, 고기의 질이 아쉬웠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국수를 거의 다 비워냈다. 곱빼기 무료, 공기밥 무료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기본으로 제공되는 양도 충분히 많았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면 추가를 부탁드렸다. 직원분들은 친절하게 면을 더 가져다주셨고, 남은 국물에 면을 말아 마지막까지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칠보산 자락에 드리워진 노을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니, 마치 꿈을 꾼 듯한 기분이었다.
청춘면가, 이곳은 단순한 국수집이 아니었다. 낡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푸짐한 양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비록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웨이팅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땐 ‘맛있소’에 도전해봐야지.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칠보산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늘, 나는 맛있는 국수 한 그릇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청춘면가, 이곳은 내 마음속 수원 맛집 리스트에 영원히 저장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