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 근처에서 혼자 밥 먹을 곳을 찾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돈까스 집이 눈에 밟혀, 마치 말벌에 쏘인 듯 홀린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하여 ‘돈까스광명’. 광명에서 꽤 유명세를 떨치다 합정으로 이전했다는 정보를 입수, 왠지 모를 기대감에 부풀었다. 혼밥 레벨은 이미 만렙, 이 정도 맛집 탐방은 식은 죽 먹기지.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치며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길게 늘어선 형태라, 혼자 온 나도 전혀 어색함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혼밥러에게는 이런 구조가 오히려 마음 편하다. 벽을 바라보며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중식당 분위기라는 평이 있었는데, 과연 그랬다. 일부러 꾸미지 않은 듯한 소탈함이 오히려 정감 갔다.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선결제하는 방식이었다. 메뉴를 스캔하는데, 상로스와 로스는 이미 품절이라는 안내 문구가 얄미웠다. 역시 인기 맛집은 다르구나. 아쉬운 대로 이베리코 로스와 히레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히레를 선택했다. 다음에는 꼭 상로스를 먹어보리라 다짐하며 주문을 완료했다. 주문을 마치고 주방 쪽을 흘끗 쳐다봤는데, 위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뭐, 나는 웬만한 건 다 용서하는 대인배니까.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묘하게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 놓인 빈 위스키병들은 인테리어라기보다는 미대생 작업실 같은 느낌을 줬다. 하지만 이런 언밸런스함도 나름의 매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애써 넘겼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주문한 돈까스가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의 30분은 족히 기다린 듯하다. ‘주문과 동시에 돼지를 잡고 오시나…’ 하는 농담이 절로 나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히레카츠 정식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옛날 식당에서 볼 법한 쟁반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돈까스, 밥, 장국, 김치, 샐러드. 딱 필요한 것만 갖춘,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었다. 밥과 장국은 부족하면 더 주신다는 안내 문구가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봉긋하게 솟아오른 빵가루 컬이었다.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젓가락으로 돈까스 한 점을 집어 들었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안심은 촉촉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육즙! 이 맛에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지금까지 먹어본 돈까스 중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히레는 정말 부드러웠다. 마치 솜사탕을 먹는 듯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이었다. 튀김옷은 바삭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았다. 저온 튀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벽하게 튀겨낸 솜씨에 감탄했다. 돈까스 소스를 듬뿍 찍어 한 입 더. 역시 이 맛이야!

돈까스와 함께 나온 샐러드도 독특했다. 잘게 썬 파가 들어있어,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파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깍두기도 적당히 익어서 돈까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느끼할 틈 없이, 돈까스를 계속 흡입했다.
장국은 평범한 미소시루가 아니었다. 소고기 국처럼 진하면서도 표고버섯의 풍미가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다. 돈까스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훌륭한 조연이었다. 밥 또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퀄리티가 남달랐다. 역시 맛집은 밥부터 다르다더니, 정말 그랬다.

솔직히 돈까스 소스는 시판용을 쓰는 듯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돈까스 자체가 워낙 맛있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소금에 찍어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돈까스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돈까스를 먹는 동안, 혼자 온 손님들이 꽤 많았다. 역시 혼밥하기 좋은 곳은 다르구나 싶었다. 다들 말없이 돈까스에 집중하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짠하면서도 뭉클했다.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분위기, 이것 또한 돈까스광명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정신없이 돈까스를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밥이 너무 맛있어서, 한 공기 더 추가할까 고민했지만, 다이어트 중인 관계로 겨우 참았다. 아, 정말 밥 두 공기는 디폴트인데…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꼭 상로스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굴튀김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모든 메뉴가 일찍 품절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음에는 오픈 시간에 맞춰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솔직히 위생적인 부분이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돈까스 맛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이 정도 퀄리티의 돈까스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합정에서 혼밥할 곳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돈까스광명을 추천하고 싶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돈까스가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돈까스광명의 돈까스 맛이 계속 맴돌았다.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상로스를 먹고, 그 맛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합정 돈까스 맛집, 돈까스광명. 나의 혼밥 인생에 한 획을 그은 곳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오늘도 혼밥 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