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우동의 과학: 외교관이 사랑한 그 맛집 기리야마본진에서 펼쳐지는 면발의 연금술

오늘, 저는 단순한 미식 탐험이 아닌, 강남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면 요리의 과학, 그 정수를 경험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수년간 블루리본을 수상하며 그 명성을 공고히 해온 ‘우동명가 기리야마본진’.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우동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 한 그릇의 면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탐구하고, 그 결과물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공간입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복잡한 강남의 대로변을 벗어나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빌딩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기리야마본진의 입구는, 화려함보다는 차분함이 느껴지는 외관으로,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내공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매장 입구에는 수년간 블루리본을 획득한 것을 알리는 문구가 자랑스럽게 붙어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고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평일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하니, 시간을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 처럼, 나무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이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일본풍의 장식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마치 일본의 작은 우동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습니다. 다양한 우동 메뉴와 스시, 튀김 등 다채로운 구성에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리야마 디너 코스’였는데, 지인의 말에 따르면 가격도 합리적이고 코스 구성도 훌륭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면발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루우동과 덴푸라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오픈 키친에서는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면을 삶고, 튀김을 튀겨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면을 직접 뽑는 제면기의 모습이었습니다.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일반적인 우동집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장인의 손길로 면을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100년 이상 된 일본 우동집과의 인연으로 전수받은 비법이라고 하니, 그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한켠에는 “우동명가 기리야마”라고 쓰여진 간판이 일본어와 함께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리야마본진 내부 인테리어
따뜻한 분위기의 기리야마본진 내부. 곳곳에서 일본의 정취가 느껴진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루우동 세트가 나왔습니다. 나무 받침 위에 가지런히 놓인 우동 면발과 쯔유, 그리고 덴푸라의 모습은, 마치 잘 정돈된 과학 실험 도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먼저, 자루우동의 면발을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겉은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지만, 속은 탄탄하고 쫄깃해 보이는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밀가루의 글루텐이 최적의 상태로 형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쯔유에 살짝 담갔습니다. 쯔유는 가쓰오부시를 베이스로 하여 은은한 감칠맛과 향긋한 유자 향이 느껴졌습니다. 쯔유 속에는 간 무와 마가 함께 들어있어, 면에 잘 묻어 맛의 조화를 더욱 풍부하게 했습니다.

면을 입에 넣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쫄깃함을 넘어 ‘쫠깃쫠깃’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식감이었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과학시간에 가지고 놀던 슬라임처럼, 탄력 넘치는 면발이 입 안에서 활기차게 춤을 추는 듯했습니다. 이는 면을 삶는 과정에서 전분 분자들이 호화되어 팽창하고, 그물 구조를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가운 물에 재빨리 헹궈내어 면의 표면을 수축시키고, 쫄깃한 식감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면발은 가늘었지만, 일반적인 우동 면발보다 훨씬 쫄깃했습니다.

쯔유의 감칠맛과 면발의 쫄깃함이 어우러져,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듯했습니다. 글루타메이트, 이노시네이트와 같은 감칠맛 성분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입 안 가득 풍미를 폭발시켰습니다. 마치 과학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느끼는 희열과 같은 감정을 맛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루우동
기리야마본진의 자루우동. 면발의 탱글함이 사진에서도 느껴진다.

다음으로는 덴푸라를 맛볼 차례입니다. 갓 튀겨져 나온 덴푸라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튀김의 표본이었습니다. 특히 새우 덴푸라는, 큼지막한 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튀김옷의 바삭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덴푸라 튀김옷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얇고 바삭한 튀김옷은, 차가운 물과 밀가루를 사용하여 글루텐 형성을 억제하고, 빠르게 튀겨내어 수분 증발을 촉진시킨 결과입니다. 또한, 기름의 온도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70~180℃의 고온에서 튀겨내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덴푸라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덴푸라를 쯔유에 살짝 찍어 먹으니, 튀김의 느끼함은 사라지고 감칠맛은 더욱 살아났습니다. 쯔유의 염분은 튀김옷의 수분을 흡수하여,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바삭한 식감을 유지시켜 줍니다. 또한, 덴푸라에 함유된 지방 성분은 쯔유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자루우동과 덴푸라를 번갈아 먹으니, 입 안은 행복으로 가득 찼습니다. 쫄깃한 면발과 바삭한 튀김의 조화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처럼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선사했습니다. 또한, 쯔유의 감칠맛과 유자 향은, 입 안을 상쾌하게 정돈해 주어 다음 음식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덴푸라
겉바속촉의 정석, 기리야마본진의 덴푸라.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는 부르고 마음은 평온해졌습니다. 마치 숙련된 과학자가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느끼는 만족감과 비슷한 감정이었습니다. 기리야마본진의 우동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습니다. 카운터 앞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케와 일본 전통 과자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기리야마본진에서 직접 만든 쯔유와 면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도 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쯔유와 면을 하나씩 구입했습니다.

우동명가 기리야마
“우동명가 기리야마” 간판.

기리야마본진을 나서며, 저는 다시 한번 이곳의 우동 맛에 감탄했습니다. 단순한 면 요리가 아닌,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완벽한 맛의 경험이었습니다. 강남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기리야마본진에 방문하여 면 요리의 과학을 직접 경험해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테이블에 기본 찬이 제공되지 않아 직접 가져와야 하고, 주문한 메뉴가 나오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또한,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어서,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리야마본진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특히 쫄깃한 면발과 깊은 풍미의 쯔유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독보적인 맛을 자랑합니다. 저 또한, 조만간 다시 방문하여 다른 메뉴들도 맛볼 예정입니다. 다음에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우동과 미소 돈카츠를 함께 먹어보고 싶습니다.

돌아오는 길, 문득 기리야마본진의 주인이었던 외교관은 왜 우동집을 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그는 일본에서 맛보았던 우동의 감동을, 한국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 꿈은, 기리야마본진을 통해 현실이 되었습니다.

기리야마본진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단순한 미식 경험 이상의 의미를 남겼습니다. 음식을 통해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예술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저는, 음식을 대할 때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과학과 예술을 함께 음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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