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지역 맛집을 발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부안 여행 역시 그랬다. 숙소로 향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한 순대국밥집. 낡은 간판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마솥이 예사롭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할매피순대’라는 정감 있는 이름이 발길을 붙잡았다. 오늘도 혼밥 성공!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도착하니, 과연 한적한 시골길가에 자리 잡은 식당이었다. 겉모습은 마치 오래된 시골집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라 주차장을 찾지 못하고 길가에 차를 세웠는데, 나중에 보니 식당 바로 옆에 넉넉한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음에 방문할 땐 꼭 주차장에 주차해야지.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세 개의 거대한 가마솥이었다. 뽀얀 육수가 쉴 새 없이 끓어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장작 타는 냄새와 함께 깊고 구수한 육수 향이 코를 찔렀다. ‘아, 여기는 찐이다’라는 직감이 왔다. 가마솥 옆에는 장작더미가 높게 쌓여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스무 개 정도 놓여 있었고, 이미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카운터석은 따로 없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혼자 앉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벽에는 여러 방송에 출연했던 사진들과 인증서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특히 ‘생활의 달인’ 인증패가 눈에 띄었다. 역시, 나의 촉은 틀리지 않았어.
메뉴판을 살펴보니 순대국, 막창국밥, 돼지국밥 등 다양한 국밥 종류가 있었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단연 피순대였다. 사실 나는 피순대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피순대와 순대국밥을 하나씩 주문했다. 혼자 왔지만, 이 정도는 거뜬하지!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묵은지, 겉절이, 깍두기, 도라지무침, 부추무침 등 푸짐한 구성이었다. 특히 묵은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겉절이도 방금 버무린 듯 신선해 보였다. 순대국밥집에서 김치가 맛없으면 왠지 아쉬운데, 이곳은 김치부터 합격점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국물은 뽀얗고 진해 보였다. 코를 찌르는 돼지 냄새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구수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순대국밥 안에는 순대보다 내장이 더 많이 들어 있었다. 나는 내장 마니아라서 완전 만족!
먼저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와… 진짜 진국이다! 가마솥에서 오랫동안 끓여낸 육수라 그런지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깔끔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조미료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듯했다.
다음으로 순대를 맛봤다. 이곳의 순대는 일반적인 당면 순대가 아닌, 피순대였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선지가 듬뿍 들어간 피순대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피순대를 왜 먹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순대국밥에 밥을 말아서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묵은지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순대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겉절이도 아삭하고 신선해서 계속 손이 갔다. 순대국밥 한 입, 김치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정말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역시, 혼밥도 레벨이 올라가면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피순대는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다른 곳에서는 피순대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곳의 피순대는 정말 훌륭했다.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잡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피순대를 싫어하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치 맛이었다. 깍두기는 살짝 아쉬웠고, 겉절이는 괜찮았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순대국밥 자체가 워낙 맛있어서 김치 맛이 묻히는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김치 맛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완벽했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식당 앞에는 여전히 가마솥에서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몸도 마음도 든든해진 기분이었다. 부안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막창국밥도 먹어봐야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고, 맛도 훌륭하다. 특히 피순대는 꼭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어디든 천국이니까.
참고로, 이곳은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방문 전에 꼭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주말이나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는 것이 좋다.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늦은 시간에는 미리 전화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식당 내부가 입식 테이블로 바뀐 점은 조금 아쉬웠다. 예전에는 좌식 테이블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입식 테이블이 더 편하긴 하다. 하지만 좌식 테이블만의 정겨운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조금 아쉽다.
서빙하는 분들이 친절하지 않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딱히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맛있는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꼭 암뽕국밥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암뽕이 부드럽고 맛있다는 후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순대도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어야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총평: 부안에서 만난 인생 순대국밥집. 진한 국물과 푸짐한 내장, 그리고 맛있는 피순대가 일품이다. 혼밥하기에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부안에 다시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