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했다. 이런 날은 무조건 나가야 해!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섰지만, 발길은 어느새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혼자 떠나는 즉흥 여행, 그것도 부산 바다라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혼자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암남공원 맛집, “희자매”가 떠올랐다. 그래, 오늘은 조개구이 다! 혼자서 조개구이를 먹는 건 처음이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 기분. 혼밥 레벨이 또 한 단계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희자매는 암남공원 초입에 위치해 있었다. 붉은색 간판에 커다랗게 쓰인 “희자매”라는 글자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주변에는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가게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살짝 긴장했지만, 혼자 온 나를 위한 자리는 있겠지?

“혼자 오셨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활기찬 목소리로 아주머니께서 나를 맞이해주셨다. “네, 혼자 왔습니다!”라고 대답하니, 잠시 주변을 둘러보시더니 구석에 있는 작은 테이블로 안내해주셨다. 테이블은 작았지만, 혼자 앉기에는 충분했다. 오히려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서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 혼밥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다? 바로 편안함!
메뉴판을 보니 조개구이 외에도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오직 조개구이! 6만원짜리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다. 주말에는 더 비싼 메뉴만 주문 가능하다는 후기를 봤었는데, 평일이라 다행이었다. 혼자 왔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고, 1인분 주문도 가능하니,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었다.
주문 후, 가게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연탄불에 조개 굽는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오래된 시장 골목에 있는 식당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깨끗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노포 분위기가 좋다. 어딘가 모르게 푸근하고 정겹다고 해야 할까?

잠시 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조개탕을 시작으로, 산낙지, 가리비, 전복, 새우, 낙지호롱이, 떡갈비, 떠먹는 피자까지! 정말 다양한 메뉴들이 코스 요리처럼 쉴 새 없이 나왔다. 특히, 사진으로만 보던 옥수수 콘치즈가 눈에 띄었다.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걸 보니 맥주 한 잔이 간절해졌지만, 오늘은 혼자 왔으니 참기로 했다. (사실, 술을 강매한다는 후기도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가장 먼저, 뜨끈한 조개탕으로 속을 달랬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제대로 끓인 조개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탕 안에 들어있는 조갯살도 쫄깃쫄깃하고 신선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다음으로는 산낙지에 도전했다.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보니 살짝 망설여졌지만, 용기를 내어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산낙지는 쫄깃쫄깃하면서도 고소했다. 입안에서 꿈틀거리는 식감이 재미있었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조개구이가 등장했다. 커다란 가리비 위에 마가린과 다진 야채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연탄불 위에 올려놓으니, 치즈가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70% 정도 익었을 때, 치즈를 넣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가리비의 신선함과 치즈의 고소함, 마가린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가리비 주변에는 마가린과 다진 야채가 올라가 있어서, 70% 정도 익으면 치즈를 넣어 먹으라고 알려주셨다. 직원분들은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다만,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이나 식기류가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소소한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괜찮다!
가리비 외에도 전복, 새우, 낙지호롱이 등 다양한 해산물을 구워 먹었다. 전복은 쫄깃쫄깃했고, 새우는 탱글탱글했다. 낙지호롱이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었다. 쉴 새 없이 입으로 가져갔다. 혼자 먹으니, 마치 내가 해산물 뷔페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이드 메뉴도 훌륭했다. 특히, 떠먹는 피자는 정말 맛있었다. 달콤한 고구마 무스와 짭짤한 치즈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떡갈비도 부드럽고 촉촉했다. 해산물을 잘 못 먹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메인 메뉴인 조개구이가 가리비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다른 종류의 조개도 함께 나왔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환기가 잘 안 돼서 연탄 냄새가 심하게 났다는 점도 아쉬웠다. 특히 여름에는 더 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다. 6만원이라는 가격에 이렇게 푸짐한 해산물 한 상을 즐길 수 있다니, 가성비는 정말 최고였다. 양이 너무 많아서 떡갈비는 조금 남겼지만, 다른 메뉴는 모두 깨끗하게 비웠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암남공원 앞바다는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혼자 떠나온 부산 여행, 그리고 혼자 먹은 조개구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배는 부르고, 시간도 늦었으니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케이블카를 타고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해야겠다.
희자매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곳이다. 위생적인 부분이나, 좁고 불편한 자리는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해산물 한 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큰 매력이다. 특히,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들에게는 더욱 추천하고 싶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