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늦은 밤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섰던 기사식당의 따스함 같은, 그런 정겨움이 그리울 때가 있지 않으신가. 엊저녁에는 문득, 야심한 시각 서대문 어디쯤에서 뜨끈한 국수 한 그릇에 소주 한잔 기울이던, 10년도 훌쩍 넘은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 길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섰다. 그 시절 그 맛을 찾아, 꼬불꼬불 골목길을 헤매다 드디어 찾아낸 그곳, 간판은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묵묵히 국수를 말고 계시더라.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서 오세요~” 하는 정겨운 목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박한 내부였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테이블마다 놓인 삶은 달걀 바구니를 보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집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잔치국수하고 해물파전을 시켰다. 아주머니 인심이 어찌나 좋으신지, 금세 따끈따끈한 삶은 달걀을 내어주시며 “국수 나오기 전에 짭짤하니, 요깃거리로 드시게.” 하시는 거 있지. 옛날 우리 엄마 같아서, 괜스레 눈물이 핑 돌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잔치국수가 나왔다. 멸치 육수 냄새가 어찌나 진하던지, 코를 킁킁거리며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커다란 그릇에 면이 가득 담겨 나오고, 김가루랑 호박, 김치가 고명으로 얹어져 나왔는데, 그 푸짐한 양에 깜짝 놀랐다. 요즘 세상에 이런 인심, 정말 귀하거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면을 들어 올리니, 쫄깃쫄깃한 면발이 탱글탱글 살아있는 게 딱 보이더라. 후루룩, 한 젓가락 입에 넣으니, 아… 이 맛이야! 멸치 육수의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이 떠올랐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마치 잃어버린 고향을 찾은 듯한 푸근함을 안겨줬다.
함께 나온 김치랑 같이 먹으니, 그 맛이 또 기가 막히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아삭함과 매콤함이, 잔치국수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게, 정말 환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해물파전을 맛볼 차례. 큼지막한 파전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왔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딱 내 스타일이더라. 오징어랑 새우도 듬뿍 들어있어서, 씹는 맛도 아주 좋았다. 간장에 콕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막걸리가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혼자 온 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뜨끈한 국수랑 파전을 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새벽 3시까지 영업하신다니, 늦은 밤에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사장님 내외분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혼자 온 나를 살뜰히 챙겨주시는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음에는 친구들이랑 같이 와서, 김치말이국수도 먹어보고, 보쌈에 막걸리도 한잔해야겠다. 아, 그리고 갈비국수도 빼놓을 수 없지. 갈비탕처럼 진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그리고 부드러운 갈비까지 곁들여 먹으면, 그야말로 천상의 맛일 것 같다.
참, 이 집은 국수 말고도 김치전도 아주 유명하다. 전에 한번 먹어봤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정말 꿀맛이더라. 특히 비 오는 날, 따끈한 김치전에 막걸리 한잔하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국수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도 엄청 많고 맛도 좋으니, 전혀 아깝지 않다. 게다가 사장님 인심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배불리 먹고 가게 문을 나서니, 밤공기가 꽤 쌀쌀했다. 하지만 뱃속은 뜨끈뜨끈하고 마음은 푸근해서, 전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이 맛에 내가 이 집을 못 끊는 거겠지.

혹시 서대문에 올 일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에, 분명 고향의 향수를 느끼실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잊지 마시라. 새벽 늦게까지 영업하니, 늦은 밤 출출할 때, 뜨끈한 국수 한 그릇에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하루의 피로를 싹 날려버리시길! 아, 주차는 안 되니, 근처 신학교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참고로, 매장이 깨끗한 느낌은 아니니, 깔끔한 곳을 좋아하는 분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소탈한 분위기가 더 좋더라. 진짜 맛집은,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곳이 아니라, 이런 숨겨진 골목에 있는 법이거든.

아, 그리고 여름에는 냉모밀도 빼놓을 수 없다. 살얼음 동동 뜬 육수에 쫄깃한 면발을 담가 먹으면, 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특히 냉모밀에 소주 한잔, 이거 완전 꿀 조합이다. 집 들어가기 전에 냉모밀에 소주 한잔하면, 그날 하루 스트레스, 싹 잊을 수 있다.

입맛 없을 때는 김치말이국수도 좋다.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김치 국물이 입맛을 확 돋워준다. 특히 더운 여름, 땀 흘리고 나서 김치말이국수 한 그릇 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17년째 이 자리에서 묵묵히 국수를 말고 계시는 사장님, 정말 존경스럽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맛있는 국수 만들어주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 나도 자주 들러서, 추억의 맛을 맘껏 즐겨야지.
아, 그리고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매콤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실비김치를 꼭 한번 드셔보시라. 매콤한 실비김치랑 같이 먹으면, 국수 맛이 한층 더 살아난다. 다만, 매운 거 못 드시는 분들은, 조금 힘들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오늘도 맛있는 국수 덕분에,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서대문에서 맛있는 국수 한 그릇, 어떠신가?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