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현지인들만 아는 숨겨진 맛집을 발견하는 쾌감 아닐까. 이번 부안 여행에서 나는 제대로 된 ‘보물’을 찾았다. 부안시장을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식당 “늘벗”이 바로 그곳이다. 간판에는 희미하게 옛 상호가 남아있는, 겉모습부터가 범상치 않은 이곳은 왠지 모르게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오늘도 혼밥 성공! 간판을 보니 탕 전문인 듯한데, 왠지 모르게 끌려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은 네 개 정도 놓여 있었고, 이미 세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혼자 온 나를 사장님은 따뜻하게 맞이해주셨다. 혼자 앉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이런 곳이 바로 혼밥러들의 성지 아니겠는가. 메뉴판을 보니 갈치탕, 꽃게탕, 도다리탕 등 다양한 탕 종류가 있었다.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서대탕을 주문했다. 혼자 여행 와서 이것저것 맛보기 힘든데, 1인분 주문이 가능하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주문을 하고 나니,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였다. 쟁반 가득 차려진 반찬들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젓갈, 김치, 나물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게장이었다. 밑반찬으로 게장이 나오다니, 역시 전라도 인심은 남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대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탕을 보니 절로 군침이 돌았다. 뽀얀 국물 위로 파와 고추가 송송 썰어져 있었고, 큼지막한 서대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매운탕과 맑은탕의 중간 정도라고 해야 할까?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서대 살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았다. 뼈도 거의 없어 먹기 편했다. 탕 안에는 쫄깃한 식감의 고사리도 듬뿍 들어 있었다. 서대와 고사리의 조합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은 미처 몰랐다.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국물에 슥슥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게장도 밥 위에 올려 먹으니,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았다.

혼자 왔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탕을 먹고 있으니, 사장님께서 “맛있게 드시게”라며 따뜻한 말을 건네주셨다. 이런 정겨운 인심 덕분에 혼자 하는 여행이 더욱 즐거워지는 것 같다.
식사를 거의 마쳐갈 때쯤, 사장님께서 누룽지를 가져다주셨다. 뜨끈한 누룽지를 먹으니,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숭늉처럼 구수한 맛이 정말 좋았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서대탕 1인분에 17,500원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맛과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고려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숨은 맛집을 발견한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갈치탕이나 꽃게탕도 한번 먹어봐야지.
식당 내부는 오래된 시장 골목 식당답게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런 낡은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이 “늘벗”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허름하지만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화장실이 외부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비하면 이 정도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늘벗”은 부안시장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노포라고 한다. 어머니에 이어서 아들이 2대째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그 역사와 전통을 짐작할 수 있다.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맛집”이라고 하니,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맛집”인 셈이다. 크게 광고를 하지 않아도 단골손님들로 늘 붐빈다고 하니, 그 맛은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부안시장의 활기찬 분위기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늘벗”에서 맛있는 서대탕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한 것 같아 뿌듯했다. 부안에 다시 오게 된다면, “늘벗”은 꼭 다시 방문할 “맛집” 리스트에 올려놓아야겠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총평:
* 맛: 깔끔하고 시원한 서대탕. 밑반찬도 하나하나 맛깔스럽다.
* 분위기: 정겨운 분위기의 노포. 혼밥하기에도 부담 없다.
* 가격: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맛과 양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 혼밥 지수: 5/5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분위기)
부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부안시장 “맛집” “늘벗”에서 서대탕 한 그릇 꼭 맛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