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길, 목적지는 양평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차창 밖 풍경이 스치듯 지나갔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오늘 방문할 곳은 6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순대국 전문점,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이다.
소문을 익히 들어왔다. 깊고 진한 국물,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시래기가 들어간 독특한 순대국이라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양평은 그리 익숙한 곳은 아니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낡은 벽돌 건물에 큼지막하게 쓰인 ‘토종순대’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여러 방송에 소개된 이력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역시, 소문난 맛집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에는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색 천막 아래 마련된 대기석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서둘러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림에 동참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름한 듯 정감 있는 외관은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지켜온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활기찬 분위기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순대국 보통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이 빠르게 차려졌다. 깍두기, 겉절이, 그리고 특이하게도 삶은 간이 함께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간은 신선해 보였다. 젓가락으로 집어 맛을 보니,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곁들여 나온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깊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고소한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저으니, 큼지막한 순대와 머릿고기, 그리고 시래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코를 찌르는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먼저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 мигом 탄성이 절로 나왔다.
흔히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순대국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닭곰탕과도 같은 묘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된장을 풀어 구수함을 더하고, 시래기를 넣어 시원한 맛까지 더한, 그야말로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는 국물이었다.

순대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시판 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곱창이 많이 들어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머릿고기는 잡내 없이 깔끔했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순대와 머릿고기를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 깍두기와 겉절이를 곁들여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겉절이 역시 신선하고 아삭해서 순대국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과식을 경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풍미를 지닌 순대국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행복감이 밀려왔다.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곳이었다.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장인 정신과 푸짐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소 투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 또한 이곳만의 매력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라는 점, 그리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혼잡하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일하는 분들이 외국인이라 서비스가 다소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아쉬웠다. 어떤 이들은 순대국에서 닭곰탕 맛이 느껴진다는 점, 그리고 곱창이 너무 많다는 점을 불호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위생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파리나 벌레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깊고 진한 국물,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시래기가 들어간 독특한 순대국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순대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인생 순대국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양평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에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나는 다음에도 양평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순대국과 함께 모듬 수육도 함께 맛보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양평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펼쳐진 드넓은 논밭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늘 맛본 순대국의 깊은 여운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양평은 내게 맛있는 순대국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 준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