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옅은 안개가 도시의 불빛을 감싸 안는 날이었다. 문득 강원도에서 맛보았던 칼칼한 추어탕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뜨겁고 시원한 국물이 텅 빈 속을 채워주던 따스함이 그리워, 나는 용인으로 향했다. 용인에는 특별한 추어탕, 아니 추어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별품 가마솥추어탕’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장인의 손길과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외관은 정겹고 푸근한 인상을 주었다. 커다란 간판에는 ‘별품 가마솥추어탕’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간판 옆에는 ‘마음의 강이 흐르는 집’이라는 문구가 함께 쓰여 있어,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공간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넓은 주차장은 넉넉함을 더했지만, 웅덩이처럼 움푹 패인 곳들이 있어 비 오는 날에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은은하게 풍기는 추어탕의 향긋한 내음은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그리운 냄새와 닮아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가마솥은 이 집의 추어탕이 특별함을 예고하는 듯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갈추어매운탕’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간판에는 분명 추어탕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매운탕이라니.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갈추어매운탕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커다란 냄비에 담긴 매운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깻잎이 듬뿍 올려진 붉은 국물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커다란 솥에 담겨 나오는 모습은 여럿이 함께 푸짐하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밑반찬으로는 콩나물, 오징어젓갈, 오이된장무침, 장아찌, 김치 등이 나왔다. 콩나물은 평범했고, 아삭이 고추는 손이 가지 않았다. 오징어젓갈은 짭짤한 감칠맛이 돋보였고,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갓 지은 솥밥과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간장 절임이었다. 양파 절임과는 다른 독특한 맛에 궁금증이 일었지만, 섣불리 물어보지는 않았다. 왠지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아 많이 먹지는 못했다.
곧이어 갓 지은 솥밥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였다. 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 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었다. 누룽지는 식사 후 입가심으로 제격이었다.
국자로 매운탕을 휘저으니, 민물새우와 버섯, 호박, 소면, 수제비 등 다양한 재료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마치 어릴 적 먹던 민물 매운탕과 같은 푸근한 느낌이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아 좋았고, 텁텁함 없이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국물과 밥을 함께 먹는 것보다, 어죽처럼 끓는 갈추어탕에 밥을 넣고 함께 끓여 먹는 것을 선호한다.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면, 다른 반찬 없이도 간이 딱 맞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수제비를 빼고 먹으니 국물 맛이 더욱 깔끔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곳의 추어탕은 일반적인 추어탕과는 조금 다르다. 추어탕이라기보다는 민물 매운탕에 더 가까운 맛이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계속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추어매운탕을 먹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과 숟가락을 움직이는 사이, 어느새 냄비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솥에 남은 누룽지를 깨끗하게 긁어먹으니, 비로소 만족감이 밀려왔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용인까지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당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돈가스만 먹으러 온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판을 다시 보니, 단호박 치즈 돈가스도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돈가스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품 가마솥추어탕은 추어탕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깔끔한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이다. 특히, 갓 지은 솥밥과 누룽지는 추어탕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용인에는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들이 많다. 별품 가마솥추어탕은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추어탕집이 아닌, 정(情)과 맛(味)이 함께 끓어오르는 특별한 공간이다.
주말에는 손님이 많을 수 있으니, 미리 전화해보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일요일은 영업을 안 할 수도 있으니, 꼭 확인하고 가야 헛걸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아까보다 안개가 더 짙어져 있었다. 하지만 뱃속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용인의 밤거리를 걸으며, 오늘 맛본 추어매운탕의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했다.
다음에 용인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별품 가마솥추어탕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땐 꼭 추어튀김과 단호박 치즈 돈가스도 함께 맛봐야겠다.
별품 가마솥추어탕은 내게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과 따뜻한 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었다.
찾아오는 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