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두고 고향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지.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이 어릴 적 뛰놀던 동네 어귀를 떠올리게 하니, 마음은 벌써 고향집 따뜻한 아랫목에 가 있는 듯했어. 부석사 근처에 다다르니, 꼬불꼬불한 길 따라 늘어선 음식점들이 눈에 띄더라고. 그중에서도 ‘시골돼지’라는 정겨운 이름이 발길을 붙잡았지.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푸근함이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니까.
때마침 추석 전날이라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었어. 하는 수 없이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들어간 곳이었는데, 이게 웬걸. 뜻밖의 맛집을 발견한 기분이란! 문을 열고 들어서니, 테이블 몇 개 놓인 아담한 공간이 정겹게 다가왔어. 벽에는 낙서처럼 써 내려간 손님들의 흔적이 가득했고, 군데군데 붙어있는 빛바랜 사진들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했지.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였어.
메뉴판을 보니 돼지불고기와 막창볶음이 눈에 띄더라.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메뉴라 고민 끝에 두 가지 모두 주문해 버렸지. 거기에 순대국까지 맛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어. 주인 아주머니 인심도 어찌나 좋으시던지, “넉넉하게 줄 테니, 배불리 먹고 가” 하시며 푸근한 미소를 지으시는데, 그 모습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불고기가 나왔어. 코렐 접시 가득 담긴 돼지불고기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지. 큼지막한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한 양념 맛이 정말 일품이었어.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양념은, 돼지불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지. 고기 자체도 기름기가 많지 않고 두께도 딱 적당해서, 씹는 식감도 아주 좋았어.
돼지불고기에는 흔히 양파나 양배추 같은 채소가 함께 나오는데, 이 집은 특이하게도 매운 고추만 함께 나오더라고.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매콤한 돼지불고기와 매운 고추의 조합이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렸어. 매운맛이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중독성 강한 맛이었지.

돼지불고기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이번에는 막창볶음이 나왔어. 둥근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인 막창볶음 위에는 돼지불고기와 마찬가지로 청양고추가 듬뿍 뿌려져 있었지.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 맛보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정말 최고였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오는 막창은, 매콤달콤한 양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지.
솔직히 말해서, 막창볶음은 평소에 즐겨 먹는 메뉴는 아니었어. 특유의 냄새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이 집 막창볶음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고소한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어. 아마도 주인 아주머니만의 비법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했지. 덕분에 막창볶음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니까.

돼지불고기와 막창볶음 모두 너무 맛있어서, 정말 정신없이 먹어치웠어. 둘이서 세 가지 메뉴를 시켰으니, 과식을 안 할 수가 없었지. 하지만 후회는 없었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어떻게 절제할 수 있겠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놓지 못하는 내 모습이,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말이야.
반찬은 또 얼마나 정갈하게 나오던지. 반짝반짝 윤이 나는 방짜유기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음식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주는 듯했어. 콩나물무침, 김치, 깻잎장아찌 등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웠지. 특히 깻잎장아찌는 짜지 않고 은은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어.

따끈한 흰쌀밥은 또 어떻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은, 그 자체로도 꿀맛이었어. 돼지불고기나 막창볶음과 함께 먹으니, 정말 밥 한 공기가 뚝딱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지. 밥을 다 먹고 나서도,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고.
옆 테이블에서는 다들 순대국을 먹고 있더라. 얼큰한 국물에 푸짐하게 담긴 순대와 내장이 정말 맛있어 보였어. 다음에는 꼭 순대국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아쉽게도 추석 당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랬어.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더라. “맛있게 드셨어요?” 하고 물으시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어.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하고 답하니, 아주머니께서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더라.
시골돼지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지. 부석사의 고즈넉한 풍경과 시골돼지의 푸근한 인심 덕분에, 정말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어. 다음에 영주 부석사에 다시 오게 된다면, 시골돼지는 꼭 다시 들러야 할 맛집 1순위로 찜해놨다니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돼지불고기와 막창볶음의 매콤한 맛이 자꾸만 떠올랐어. 며칠이 지난 지금도, 그 맛은 잊혀지지가 않아. 조만간 다시 한번 영주에 방문해서, 시골돼지의 순대국까지 맛봐야겠어. 그때는 꼭 추석 연휴를 피해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