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날이 왔다. 벼르고 벼르던 해남 여행! 그것도 그냥 여행이 아니라, 친구가 강력 추천한 닭코스요리 전문점, ‘정든집’을 가기 위한 여정이었다. 솔직히 닭요리야 어디든 있지 않나 싶었지만, 친구의 칭찬이 어찌나 자자하던지… 안 가볼 수가 없었다. 남도 음식은 원래 믿고 먹는 거라지만, 이번엔 특히 더 기대가 컸다.
대흥사로 향하는 길,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들어갔다. 주변은 온통 초록색이었다. 공기도 확실히 도시랑은 다르더라. 슬슬 배도 고파오고, ‘정든집’은 대체 어디쯤 있는 걸까 궁금해하며 두리번거리던 찰나, 저 멀리 정겨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큼지막한 글씨로 쓰인 ‘정든집’ 세 글자 위에 닭 그림이 왠지 모르게 넉살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듯했다. 마치 “잘 찾아왔어!”하고 반겨주는 느낌이랄까?
주차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넓고 테이블도 많았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손님들이 꽤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를 보니 역시나 닭코스요리가 메인이었다. 코스 종류가 여러 가지 있었는데, 우리는 가장 기본인 닭코스 (가격은 8만원!)를 주문했다. 둘이 먹기엔 좀 많을 것 같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제대로 즐겨봐야지!
주문을 마치기가 무섭게,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쫙 깔리기 시작했다. 갓김치, 깻잎장아찌, 콩나물무침 등등…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이는 비주얼이었다. 특히 갓 담근 듯한 김치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참을 수가 없더라. 젓가락을 들 뻔했지만, 메인 요리를 위해 잠시 참기로 했다.
드디어 닭코스의 첫 번째 주자, 닭구이가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진 닭고기는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나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돌았다.

젓가락으로 닭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쫄깃한 식감이 정말 최고였다. 닭 특유의 잡내는 전혀 없고, 고소한 맛만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닭껍질 부분은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게,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같이 나온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닭고기의 풍미를 더욱 살려줬다.
닭구이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두 번째 요리인 닭볶음이 나왔다. 큼지막한 냄비에 담겨 나온 닭볶음은 보기만 해도 매콤해 보였다. 닭고기뿐만 아니라 감자, 양파, 깻잎 등 다양한 채소들이 듬뿍 들어가 있어서 좋았다. 특히 하얗게 솟아오른 팽이버섯이 시선을 강탈했다.

국자로 닭고기와 채소를 듬뿍 퍼서 앞접시에 담았다. 닭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닭고기는 쫄깃했고, 감자는 포슬포슬했다. 깻잎 향이 은은하게 나는 것도 좋았다. 밥을 안 시킬 수가 없어서, 공깃밥 하나를 시켜 닭볶음 양념에 슥슥 비벼 먹으니, 완전 꿀맛이었다. 솔직히 닭볶음만 있어도 밥 두 공기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닭볶음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세 번째 요리인 찹쌀삼계탕이 나왔다.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삼계탕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보기만 해도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뽀얀 국물 위에는 송송 썬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진하고 깊은 맛이 정말 최고였다. 닭 육수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닭고기는 어찌나 부드럽던지, 뼈에서 살이 쏙쏙 분리됐다. 닭 뱃속에는 찹쌀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쫀득쫀득한 식감이 정말 좋았다. 삼계탕 안에는 인삼, 대추, 밤 등 몸에 좋은 재료들이 듬뿍 들어가 있어서, 먹는 내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닭구이, 닭볶음, 삼계탕까지 먹으니 배가 엄청 불렀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코스 요리인 녹두닭죽이 남았다. 녹두를 듬뿍 넣어 푹 끓인 닭죽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했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닭죽이 너무 맛있어서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닭죽까지 싹싹 비우고 나서야, 닭코스요리의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
정든집에서 닭코스요리를 먹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양념 하나하나에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배부르게 닭코스요리를 먹고 나오니, 주변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잠시 산책을 했는데,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대흥사도 바로 근처에 있어서, 식사 후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그리고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정든집은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손님이 많아서, 그냥 가면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코스요리 특성상,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솔직히 처음에는 닭요리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든집에서 닭코스요리를 먹고 나서, 닭요리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렇게 맛있고 다양한 닭요리가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해남에 간다면, 정든집은 꼭 가봐야 할 맛집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후회는 절대 없을 거다. 장담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근에 방문했을 때 문이 닫혀있었다는 점이다. 혹시 방문 전에 영업하는지 꼭 확인해보고 가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