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세화의 바람이 뺨을 스치는 오후였다. 낯선 골목길을 헤매다 발견한 작은 식당, ‘호자’라는 이름이 정겹게 다가왔다. 감귤 밭 너머로 언뜻 보이는 푸른 바다를 상상하며,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마치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듯한 공간은, 나무로 된 서까래가 고스란히 드러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높은 천장 덕분에 답답함 없이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식당 안은 이미 점심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2인용 테이블 몇 개와 4인용, 6인용 테이블이 전부인 아담한 공간.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의자는 편안함을 더했고, 곳곳에 놓인 작은 화분들은 생기를 불어넣었다. 벽에 걸린 흑백 사진들은 제주도의 옛 풍경을 담고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돈가스 전문점답게 등심, 안심, 치즈 등 다양한 종류의 돈가스가 눈에 띄었다. 샌드위치 메뉴도 빼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결정 장애를 겪던 내게, 직원의 친절한 추천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저희는 모듬 돈가스에 샌드위치 조합을 많이들 선호하세요. 돈가스는 세 가지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고, 샌드위치는 식사 대용으로도 좋거든요.” 나는 그의 말에 따라 모듬 돈가스와 불고기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은은하게 퍼지는 돈가스 튀김 냄새는, 텅 빈 속을 더욱 자극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천장에 매달린 라탄 조명은 따뜻한 빛을 쏟아내었고, 벽 한쪽에는 손글씨로 쓰인 메뉴판이 정겹게 걸려 있었다 . ‘흑돼지 포크 커틀렛’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흑돼지 특유의 풍미를 돈가스로 맛볼 수 있다니,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모듬 돈가스는 등심, 안심, 치즈 돈가스가 나란히 놓여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샐러드와 단무지, 따뜻한 장국과 밥 한 공기가 함께 나왔다. 쟁반 위에 정갈하게 담긴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안심 돈가스를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흑돼지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고, 육즙은 은은한 단맛을 더했다.
소금을 살짝 찍어 먹으니, 돼지고기 본연의 맛이 더욱 살아났다. 얇게 튀겨진 튀김옷은 느끼함 없이 바삭했고,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등심 돈가스는 안심보다 조금 더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고, 풍부한 육즙은 입안을 촉촉하게 적셨다.
하지만 모듬 돈가스의 주인공은 단연 치즈 돈가스였다. .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리자, 따뜻하게 녹아내린 치즈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 고소한 치즈 향과 바삭한 튀김옷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치즈의 풍미는, 나를 황홀경에 빠뜨렸다. 샐러드는 신선하고 아삭했다. 돈가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장국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돈가스와 함께 마시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밥은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넘쳤다. 돈가스를 올려 한 입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돈가스와 밥, 장국의 조화는 완벽했다.
돈가스를 어느 정도 먹었을 때, 불고기 샌드위치가 나왔다. 갓 구워져 나온 치아바타 빵은 따뜻했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빵 사이에는 불고기와 신선한 야채가 가득 들어 있었다 .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불고기의 달콤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빵의 고소함과 야채의 아삭함, 불고기의 풍미가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특히, 치아바타 빵은 직접 구운 빵이라고 했다. 빵 자체의 풍미가 남달랐다.
샌드위치 속 불고기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간도 적당해서, 빵과 야채와 완벽하게 어울렸다. 샌드위치에 사용된 야채들은 모두 신선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고, 쌉쌀한 맛은 불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샌드위치는 양도 푸짐했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돈가스와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니, 정말 든든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기분은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했다. 나는 계산대 앞에 서서,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특히 돈가스와 샌드위치, 정말 최고였어요.” 직원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저희 가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식당을 나서니, 다시 세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아까보다 더욱 상쾌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니, 기분까지 좋아진 덕분일 것이다. 나는 ‘호자’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 작은 식당이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마음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다. 세화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호자’에서 먹었던 돈가스와 샌드위치를 떠올렸다. 바삭하고 촉촉한 돈가스, 달콤 짭짤한 불고기 샌드위치, 그리고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준 직원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제주에서 맛있는 돈가스를 먹고 싶다면, 나는 주저 없이 ‘호자’를 추천할 것이다. 그곳에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따뜻한 위로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주차는 가게 앞에 한두 대 정도 댈 수 있지만, 주변 골목에 요령껏 주차해야 한다. 붐비는 시간대를 피하거나, 미리 전화해보고 가는 것이 좋다.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늦은 시간에는 방문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호자’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았다. 사진 속 음식들은 여전히 맛있어 보였고, 식당의 분위기는 따뜻했다. 나는 사진들을 보며, 다시 한번 ‘호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다른 샌드위치도 먹어봐야지. 그리고, 그 따뜻한 미소와 함께, 또 다른 위로를 받아야지. 세화의 작은 식당 ‘호자’는, 나에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그곳은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메뉴는 다음과 같다. 등심 돈가스는 8,500원, 안심 돈가스는 9,000원, 치즈 돈가스는 10,000원, 모듬 돈가스는 11,000원이다. 샌드위치는 베이컨, 불고기 등이 있으며 가격은 7,500원이다. 가격도 착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흑돼지를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세화에서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의 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스였다. 돈가스 자체는 훌륭했지만, 소스가 조금 짠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돈가스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소스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깍두기 대신 무절임이 제공되면, 더욱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밥맛은 정말 훌륭했다. 밥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윤기가 흘렀다. 좋은 쌀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